분홍 소시지, 김밥보다 좋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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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상한 맛 난다고 싫어하지만, 저는 촌스럽고 썩 비싸 보이지 않는 분홍 소시지가 좋아요.
맛이야 햄이 더 좋지만, 맛보다 추억으로 먹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소풍 가면 거의 사 먹거나 해서 기억이 없는데, 초등학교 소풍 김밥에는 지금의 햄처럼 분홍 소시지가 꼭 들어갔어요.

기억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 듯 …. ^^

봄비도 포근히 오고, 딸아이가 우리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보니, 떨어지는 빗방울에 섞여 흑백 사진처럼 추억이 내리는 듯합니다.

새벽 2시 반에 아이 도시락을 싸며 옛 생각에 빠져 분홍 소시지로 남편과 제가 먹을 김밥을 말았습니다.


준비물;   분홍 소시지, 밥, 김, 단무지, 달걀, 시금치, 채썰어 살짝 볶은 당근, 소금, 참기름, 깨소금


햄보다 훨씬 말랑 거려 껍질 벗기다 상처 입힌 분홍 소시지.



약간 되게 지은 밥은 참기름과 깨소금과 소금으로 비비고,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다듬은 시금치 넣어 찬물에 여러번 헹궈 짜서 소금과 참기름에 버무렸어요.

아이 김밥에는 우엉도 넣고 치즈도 넣었지만, 울 엄마가 분홍 소시지로 말아 줄땐 그런게 없었기에 옛날에 넣었을 만한 재료들만 넣었어요.
문득 당근도 안 넣으신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집니다. ㅎ






삶은 달걀 몇 알도 소풍 도시락의 필수품이었지요.
병 사이다가 빠졌네요.
그 무거운 걸 낑낑대고 매고 가서 점심으로 다 먹고 나면 가방이 어찌나 가벼웠던지…. ^^



햄 보다 색깔이 훨씬 예쁜 분홍 소시지.
사실 김밥 보다 더 좋았던건 김밥 사이사이에 꽂혀 있던 소시지였어요.
김밥 속에 들어 있을땐 다른 재료와 맛이 섞여 얼렁뚱땅 넘어 가던 소시지가, 사이에 꽂혀 있는 걸 아껴 가며 뽑아 먹으면 입 안 가득 감동(?)이 밀려 오곤했어요.



사실 아침에 김밥 써는 엄마 옆에서 꽁지가 나오기 무섭게 언니들과 경쟁 삼아 집어 먹었기에,
김밥에 대한 기대감이 약간 떨어져 있기도 했던 이유도 있고요. ^^

 

김밥 서너개 먹고 소시지 한 번 먹고, 아껴 두었다가 또 빼 먹고.

 

추억까지 꽁꽁 싸서 이 비가 그치고 햇살이 나른해 지면 분홍 소시지 도시락 싸서 소풍 가고 싶어요.



분홍 소시지 도시락을 보면 떠 오르는  흑백 사진.
지금은 옆집에 산다고 해도 못 알아 볼 친구들 ….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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