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밥솥만 믿고 빵 만들기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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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전기 밥솥의 만능찜 기능을 이용해서 빵을 만든다기에 쉽게 생각하고 덤빈것 부터가 문제의 시작인것 같습니다.

오븐이라고는 우유 판촉 행사때 우유를 1년 동안 먹기로 약속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초 미니 오븐밖에는 없는지라, 저도 만능찜이라는 기능을 이용해서 작년 여름에 먹다 남은 냉동실의 미숫가루를 이용해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에 시험 삼아 소량만 만들었습니다.

재료; 계란 4개 흰자 노른자 분리, 미숫가루와 설탕 100g씩 동량, 포도씨유(전 올리브유로 대체)와 우유는 미숫가루의 반

시작부터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 들기 시작했지요.

빵을 만들려면 계란 흰자를 막 저어서 그릇을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야 하는데(머랭이라고 하지요), 이 과정을 너무 얕잡아 본것입니다.  주방을 발칵 뒤집어도 (수동으로 젓는) 큰 거품기가 없어져서, 어쩔 수 없이 계란찜 할때 사용하는 아주 작은  거품기로 한참을 저으니 될리가 없었지요.   

예전에 미니 믹서기로 만들었던 생각이 나서 벽돌도 갈아 버린다는 큰 믹서기로 옮겨 담아 믹서기를 작동했지만 그것도 실패, 다시 그릇에 쏟아 붓고 딸과 번갈아 가며 몇 십분을 저어도 그릇을 기울일때마다 이리 저리 흘렀습니다. 
  
어깨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자동 거품기를 사기로 마음을 굳게 먹은 순간이
었어요)
완전한 머랭 만들기는 포기하고 위에 살짝 얹힌 거품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ㅜㅜ



계량컵이나 저울이 있을턱이 없으니 100g짜리 요플레 병을 이용해 설탕과 미숫가루양을 쟀습니다.
가득 담지 않은 이유는 요플레도 처음 뜯으면 저 만큼만 들어 있어서지요. ^^
우유는 설탕의 반 정도가 필요하므로 반을 담아 사용했습니다.(이렇게 재는 것이 아닐꺼라는 의심이... ^^;;)
흰자 거품낸것에 노른자 섞고 올리브유 넣고 쑥 미숫가루 넣어 섞었지요.


밥솥 가장자리에 버터를 바르라고 했지만, 버터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터라 올리브유를 발라, 반죽을 붓고 깜빡 잊은 건포도를 섞어 만능찜으로 40분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이미 기진 맥진 상태입니다.   그놈의 머랭이 뭔지....

계란 흰자와 씨름하느라 한 시간이 훌쩍 넘고 앞으로도 40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식사 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네요.
애들은 배고프다고 난리고 저도 지치고 허기져 기다릴 수가 없어서 빵이 익는 동안 김치 넣고 비빔 국수 만들어 먹었습니다.  ㅎㅎ
안그래도 빵 맛에 자신이 없는데, 배부르게 아이들을 먹여 놓으면 더 맛없을텐데 걱정하면서 말이죠.
빵이 익어가며 나는 맛있는 쑥냄새를 맡으며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ㅋㅋ



40분 후 빵을 꺼내 놓고 보니 아니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요?   쑥이 들어가서인지 꺼무죽죽한 것이 쑥개떡보다도 더 볼품없게 나왔네요.   머랭을 제대로 안 만들어 이 모양인건지 원래 이런건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아쉬운데로 설탕 가루좀 뿌려 주었더니 조금 나아 보이네요.
맛은 생긴것보다는 꽤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진한 쑥내가 맛있게 납니다.



다음번엔 훨씬 잘 만들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물론 자동 거품기를 산 후에 말이지요. ^^


빵을 만들수 있는 도구와 재료들을 몇 가지 사려 합니다.
밥도 잘 먹지만 빵과 과자도 잘 먹는 식구들을 위해 직접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식구 입맞에 맞는 부지깽이표 베이커리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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