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손맛, 내 손맛 ~~이 맛이 아닌게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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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음식할때 손 맛이란게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번엔 아주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지난 추석때 시댁 큰 형님네서 김치 양념을 얼려서 가지고 왔어요.   형님은 배추 절여 담궈 주신다고 했지만 바쁜데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양념만 주면 집에 가서 한다고 자신있게 가지고 왔었지요.   난 당연히 양념이 같은 거니 다른 때 보다 더욱 더 맛있게 담궈졌던 형님표 김치 맛을 집에서도 맛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지요.

 
꽁꽁 얼려 두었던 양념이예요.   형님 말로는 배추 3통을 담그기엔 약간 적으니 젓갈이랑 양념을 조금씩 더 넣어서 하라고 했지만 혹시 형님표 김치 맛이 안날까 싶어 양념 되는 만큼만 하려고 해요.
뻣뻣한 겉잎은 푹푹 삶아 물기를 꼭 짜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감자탕이나 된장국에 우거지로 사용합니다.




배추는 칼집을 3분의 1만 넣어 손으로 쪼개 4개로 나누어 소금푼 물에 한 번씩 담가 사이사이 소금을 잘 뿌려 절여놓습니다.   3시간 정도 후에 밑에 있는 배추와 위에 있는 배추를 자리를 바꾸어 눌러 놓은 상태로 약 3시간 더 지나면 대부분 잘 절여져 있지요.   배추 크기나 잎의 두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잘 씻어 소쿠리에 올려 물기를 쫙~ 빼놓습니다.


잘 녹은 양념을 배추 사이 사이에 골고루 발라 반을 안으로 접은 후 제일 큰 겉잎으로 감싸 놓으면 나중에 양념이 김치 국물에 흘러나오지 않게 되지요.  

 

깻잎에도 양념에 깨를 섞어 한장 한장 발라 김치 처럼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납니다.

 



양념이 모자라 남은 배추는 한 입 크기로 잘라 내 솜씨대로 양념을 첨가해 버무려 놓았어요.
신혼초에는 배추가 남으면 다시 무썰고 양념하고 풀 쑤고 하느라 무지 힘들어했지요.  
이렇게 버무려 먹어도 되는걸... 바보~~~~ㅎㅎ

김치를 시작하기전 고기를 삶기 시작합니다.   냄새 안나게 해준다는 양파, 월계수잎, 된장, 마늘, 생강, 파 몽땅 넣고 폭폭 삶았어요.   약간 매콤하라고 고추장도 넣었습니다.  30~40분 지나 젓가락으로 푸욱 찔러 잘 들어가고 핏물이 안나오면 다 익은 겁니다.



일단, 완성은 됐습니다.  모양만...


깻잎 김치에도 싸 먹고, 배추 김치에도 싸 먹고


그.  러.  나.

남편에게 의심 받았습니다. ㅠㅠ
다른 거 넣은거 아니냐고,  양념이 형님꺼 맞냐고, 빠뜨린 거 없냐고...
하다하다 나중에는 형수님이 중요한 비법은 안 가르쳐 주셨나 보다고 하더군요.
내가 째려 봤더니 "아니~~ 이것도 맛은 있는데, 너무 틀리니까.." 합니다.

배추와 소금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이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똑 같은 양념인데 형님네 김치와 우리집 김치가 이렇게 틀릴 수 있는 걸까요?

이번에 손 맛의 실체를 확실히 경험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큰 형님~~
다음엔 형님이 피곤하던가 말 던가(^ㅇ^)  형님 손 맛이 베어있게 김치로 담궈 올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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