뭬야? 내가 개밥을 먹는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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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주방의 주도권은 내가 꽉 잡고 있지만,  거의 10여년 만에야 내가 좋아하는 찌개를 끓였답니다. 

고기 넣지 않은 김치 찌개에 (추석때 먹다 남은) 전을 찌개가 거의 끓을 때쯤 넣어 살짝 더 끓인 것이지요.  잡채 남은 것도 넣으면 더 끝내주지요.
재료가 특히 비싼 것도 아니고, 요리법이 무지 어려워 머리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소박한 찌개를 10년이나 못 먹게 된 뼈져린 사연이 있습니다. ㅠㅠ

결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과 맛있게 먹을 생각에 이 찌개를 폭폭 끓였지요. 
'이거 우리집에서 먹는 특별한 찌개야, 맛있지?   많이 먹어~'
이렇게 오순 도순 먹을 생각을 하며 끓였단 말이지요.
그러나 상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이 찌개를 턱 올려놓으니 신랑 하는 말



'이게 뭐야, 개밥같애'
 
띠리리~~ 
이런 이런, 왠 마른 하늘에 천둥치는 소리랍니까?
그때 받은 충격과 마음의 상처는 아주 오~~래 가더군요.   우리 친정집의 별미를 '개밥'으로 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기에 모욕감까지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 이 찌개는 우리집 밥상에서 한참동안 볼 수 없었답니다.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며 복수의 칼날을 열심히 갈던 어느날 (아마 찌개 사건 이후로 5~6년은 지난 듯) 드.디.어. 기회는 왔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신랑이 옛날 시골에서 먹던게 생각난다며 국수를 삶아 생수를 부어 하얀 설탕을 두세 수저 섞어 먹는 것입니다.   이 식성은 지금 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입맛입니다.
옳다구나, 얼른 인상 구기며 한마디 했죠.
"그게 뭐야, 우웩~~"
흐흐흐흐.  유쾌,상쾌,통쾌!!

신랑, 자기네 동네에선 다 이렇게 먹는 다며 머쓱한 표정을 짓더군요.
그러길래 왜 남의 집 별미를 그렇게 격하시켜 졸지에 '개밥'먹는 사람을 만드냐구요.

그 이후로, 한 여름에 신랑은 가끔 자기 동네 별미를 맛있게 먹더구만 저는 몇 년이 더 지난 후에야 우리집 별미를 먹을 수 있게됐습니다.   (나 완전 소심쟁이, 상처가 엄청 깊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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