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으로 편지지를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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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딱 지금의 내 딸만큼일때 편지를 참 많이 썼다.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와도 편지를 썼고 그 당시 흔했던 펜팔도 하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키던 군인 아저씨에게 위문 편지쓴게 인연이 되어 제대 할때까지 편지를 주고 받곤 했다.

정성껏 글을 써 반듯하게 접어 봉투에 넣고 혹 열릴새라 풀로 꼼꼼하게 붙여 (간혹 붙인 부분에 하트를 그려 넣기도 했다) 우표를 침으로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고 답장이 올때까지 며칠을 집의 편지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 보곤 했다.

답신 문자가 오분만 늦어도 전화하는 요즘 아이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아름다운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니 그 시절 정성들여 만들었던 편지지가 떠올라 투박하게 변해 버린 손으로 만들어 본다.

나뭇잎을 두꺼운 책에 끼워 말린다.   책에 물이 들까봐 종이를 덧댔다.


무거운 것들로 눌러 놓는다.  책+공구가방+노트북. 눈에 띄는대로 올려놓았다. 
삼일후에 보니 반듯하게 잘 말랐다.  환상적인 색깔들..



화선지에 나름 구도(^^)를 생각하면 나뭇잎을 배치했다.


굳었지만 아까워 가지고 있던 포스터 물감을 사용했다.   못쓰는 칫솔에 물감을 묻혀 고운 빗에 사진처럼 빗의 결 반대로 긁듯이 한다.  종이와 약 5cm정도 띄워서 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사진이 실제보다  흐릿하게 나왔다.   실제로는 뚜렷한 나뭇잎 모양이 나온다.




그 당시에는 봉투를 앙증맞게 작게 만들곤 했지만 우체국에서 규격 봉투 사용을 권장하므로(__) 일반 봉투 크기로 만들었다.


다 완성했으니 편지라도 써 볼까?


그 시절, 밤새워 쓴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몰라만큼 변해있겠지..
고운 낙엽 주워 책갈피에 끼우던 그때가 흑백 사진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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