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찾아온 새끼 길고양이, 녀석이 내게 남기고 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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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젖을 갓 떼었을 것 같은 어린 길고양이 한 마리가 가게 앞에서 머뭇머뭇하더니 그대로 가게 안으로 힘없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마치 원래부터 자기 집이었던 것처럼 소파 위에 올라앉더니 꼼짝을 안 합니다.

 

혹시 집을 잃었나 살펴봤지만 시커멓게 묵은 때가 보이는 것을 보니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가 분명한 것 같았습니다.

 

제 집도 아닌데 무턱대고 제 발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혹시 배가 고파 그런가 해서 급한대로 아무 그릇에나 물을 좀 줘봤습니다.

 

역시나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급하게 물을 먹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물조차 못 얻어먹은 듯하니 그동안 제대로 된 먹이를 먹었을 리 없겠지요.

 

 

 

뭐 좀 먹여볼까하고 (저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먹이를 검색해보니 고양이 사료와 여러 가지 먹을 것들이 나오는데, 어떤 고양이들은 조리퐁을 잘 먹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조리퐁을 사서 먹여보니 한참을 먹고 있습니다.

 

(나중에 고양이 식성이 까다롭고 과자같은 것이 안 좋다고 하여 고양이 사료를 한 봉지 사서 먹였습니다)

 

이 때가 가게에 막 들어와서 조리퐁을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조리퐁을 다 먹고는 소파에 누워서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자더군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또 예쁘기는 하지만 선뜻 집에서 키우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아서 일단 집으로 데려가서 깨끗이 씻겼습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데다 발톱도 깎지 않은 상태라 씻기는데, 할퀴고 발버둥을 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깨끗이 씻기고 드라이로 털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니 품에도 올라오고 실뭉치를 주니 혼자서 잘 가지고 놉니다.

아, 저녁밥으로 생선을 먹였더니 실컨 먹고나서 기운이 나는 모양입니다.

 

 

 

드디어 어린 길고양이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ㅎㅎ 실뭉치는 꼭 쥐고 놓질 않네요.

 

 

 

이제 완전히 적응되었는지 팔에 기대기도 하고 방바닥을 뒹구면서 잘 놉니다.

 

 

 

정면사진 ^^ 아직 새끼라 눈이 예쁘긴한데 웬지 모를 긴장감이 눈에 비치는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계속 그렇게 살았겠지요. 어쩐지 짠하네요...

 

 

 

그후로도 한참을 이렇게 잘 놀다가...

 

 

 

잠만 또 쿨쿨~ 어이쿠, 잠퉁이 ㅋㅋ 그런데 원래 새끼 고양이는 하루종일 잠만 잔다고 하네요.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어디 아픈가 걱정되어 인터넷으로 고양이 수면시간을 검색해보니 원래 잠퉁이다라고 나와 있더군요.

 

 

조리퐁을 계속 먹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음날 바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사료를 한 봉지 사다가 먹였습니다. 사료를 주니 조리퐁 보다는 더 잘 먹더군요.

사료비 좀 들겠구나 잠시잠깐 생각도 들었었죠.

 

ㅎ 사료비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이 사료는 이 상태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비닐봉지에 봉인된 상태로 지금도 찬장 한 구석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왜냐구요?

 

사실 녀석을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딱 맘을 정하기 어려워서 만약, 고양이를 가게에 데려가서 스스로 밖으로 나가서 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고양이 스스로 밖에 나가지 않거나 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키워보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가게에 나와서 오전에는 사료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더군요.

자는 모습을 보니 예쁘기도 하고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갈등을 계속 하고 있는데, 오후들어 녀석이 잠에서 깨더니 출입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바깥으로 뛰쳐 나가고 말았습니다. 정말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가고 마는구나...

 

그런데 아 글쎄 요넘이 한참 있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사료 조금 먹고 잠자고 또 일어나면 바깥으로 나가기를 서너 번 반복하더군요. ㅎㅎ 어디 놀러갔다가 때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녁 때가 다 되어 바깥으로 나간 녀석은 그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바깥에 나가서 기다려도 봤지만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녀석을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벌써 몇 달 지난 얘기입니다.

아마도 잃어버린 엄마고양이를 만나서 잘 살고 있나 봅니다.

아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봄날, 길고양이와의 만남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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