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터미널 근처 소박해서 정감가는 오래된 올갱이국 맛집
며칠 전 충주 언니네 놀러 갔어요.
충주댐도 둘러 보고 올갱이도 잡고 재미지게 놀다가 오후에 올라왔어요.
충주 터미널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형부의 안내로 들어 간 곳이 윤정 이라는 올갱이국 식당이었어요.
솔직히 올갱이 국에 대한 첫인상이 푸르딩딩한 색깔도 그렇고 썩 맛있지 않아서 별 기대없이 들어 갔는데요,
왠걸~ 이곳에서 안 먹었으면 평생 이 맛있는 올갱이 국 먹을 생각을 다시는 안 했을 거에요.
내가 첫 느낌 안 좋았던 올갱이를 감탄사 연발하며 뚝배기 바닥까지 긁어 가며 먹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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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ㅎㅎㅎ
'안 본다 구래~~' - 개그 콘서트 버전, 아시나요?-
상장도 막 많이 걸려 있고 방송 출연 경력도 막 써 있어요.
약간 정리 안 된 듯한 내부와 우리 엄마처럼 허리 구부정하신 사장님이신 듯한 할머님도 어쩐지 정겨웠어요.
처음 올갱이 국을 먹을 때 느낌 안 좋았던 이유가 이 푸르딩딩한 색깔과 흙냄새 비슷한 향이었거든요.
이 식당 역시 아욱 된장국에 부추랑 넣어서 끓였는데, 처음엔 좀 막막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먹는다?
그려~ 쫀득한 알감자 조림도 맛있고 깍두기도 맛있으니까 국은 내비두고 밥이나 먹지 뭐~~
오잉~ 그런데 요건 뭔가요?
고춧가루 양념, 일명 다데기가 보였어요.
그때 먹을땐 없었는디..
에라이~ 매운 맛으로라도 먹자 싶어서,
국물에 팍 풀어 조심스레 한 입 떠 먹어봤어요.
뭣이여~ 이것이 진정한 올갱이 국 맛인겨?
흙 냄새 하나 안 나고 부드러운 아욱이 입에서 씹을 겨를 없이 녹아 넘어가요.
구수한 된장 맛은 또 어찌나 환상적인지요.
그 다음엔 대화 중단 올갱이 국 흡입. ㅎㅎㅎ
꽤 더웠던 그날, 뜨거운 올갱이 국 한 뚝배기 들이 마시고 땀을 뻘뻘 흘렸어요.
아시죠? 이런 땀은 흘려도 개운하고 배가 아무리 불러도 속이 편안하다는 거.
이 고춧가루 양념에 다른 게 들어 갔나 싶어 언니에게 먹어 보라고 했더니, 음식 잘하는 언니 말로는 그냥 물에 불린 것 같대요.
다른 양념 맛이 안 난다고.
그 말 들으니 더욱 신기방기 해 보였어요. ^^
새삼 느끼는 거지만, 새로운 음식 먹을땐 잘 하는 집에 가서 먹어야 다음에 또 먹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