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 1학년짜리 딸아이가 엄마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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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도 닦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이다.

첫 아이를 낳아 신생아때 급한 내 성격을 눌러가며 참을성 있게 우유 먹이는 일이며, 밤에 잠 못자는거, 식사후 트름 할때까지 30분이고 40분이고 등 두드리기, 몇 달 동안 혼자서는 나갈 엄두도 못내던 일...


그 당시에는 정말 그 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아 아이가 사랑스러운 걸  잊고 절망에 빠지던 적도 있었다.
새벽까지 잠들지 않는 아기를 안고 있으면 "내가 이러다가 계룡산으로 들어가지"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만, 딱 그때까지만 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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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올인해봐야 나중에 미련과 내가 준 것만큼 받지 못할때의 느낄 서운함을  여기 저기서 주워 들어 일찌기알았기에 애면글면 안하기로 아이 낳기 전부터 다짐했었고, 아기일때는 어서 이 시기만 지나라 초등 학교 들어가면 해방이다 주문을 외고 얼마전 까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착각했었다.

며칠전, 진짜 오전 내내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었다.
덜렁대는 중 1학년짜리 딸아이 성격을 지도 알고 나도 아는지라 항상 아침 등교 전에 확인 하는 사항이 몇개 있다.  시간표 잘 챙겼는지, 준비물은 없는지, 혹시 숙제 빠뜨린건 없는지, 물병은 넣었는지..
내 맘에는 학교가서 무언가 빠뜨려서 당황하는게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워, 나름 준비시킨다고 해온것이다.
(이것만 봐도 아이들한테 목을 메고 있다는 증거거늘..)

당연히 그 날 아침도 딸 아이 방문을 열며 "가방 잘 챙겼니?" 하고 물었다.
교복단추를 채우던 딸아이, "잘 챙겼다고!".   그 말투가 '잘 챙겼'까지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잔뜩 묻은 약간 큰 소리였다가 저도 느꼈는지 '다고'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다.

딸 아이의 그런 반응에 놀랐다기 보다 어이없게 눈물이 피잉 돌았다.
"모야, 이런 기분은?"
미안한 건지 어쩐 건지 딸 아이는 학교 다녀온단 소리를 어색하게 하고 갔다.
눈도 안 마주치고 다녀오라고 보내놓고는 오전 내내 남편 눈도 잘 못 쳐다볼 만큼 혼자 뻘쭘하고, 민망하고 어디로든 나가고만 싶은 이상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보냈다.

방과후 잊은건지 잊은척 하는 건지 평소처럼 씩씩하게 인사하고 들어오는 딸아이를 본 후에야 이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십 몇년전의 그 다짐대로 살고 있었다면 이런 딸 아이의 성장 과정에 서운해 하지 않았을텐데..
오히려"왜 짜증이야!" 하며 더 큰 소리를 내서, 내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따위  사소한 일에도 절절매면서 앞으로 딸 아이의 사춘기며, 한 인간으로 커가는 과정의 충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자식에게 모든 걸 걸지 않는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자만한 내 자신이 너무 오만 방자 했다는 걸 알았다.
이 세상에 자식보다 자기 자신을 더 중요시하는 엄마가 어디있을까.


자식이 배 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며 웃음 짓지 않는 엄마가 어디있을까.
아이를 십삼년을 키웠어도 이제야  이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으니, 너무 늦은건 아닌지 모르겠다.

(뜬금없지만, 이날 울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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