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기만 한 김은 인제 그만, 매콤한 김 구이

반응형
예전에는 명절이나 집안 잔치가 있으면 며칠 전에 김을 한 톳씩 재는 게 우선이었어요.
집안일을 많이 시키지 않으셨던 우리 엄마도 그날은 저에게 김을 재는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옛날 집이어서 지금처럼 따뜻한 거실이 아닌 마루가 춥기도 했고, 어른들 일하는데 거치적거려서인지 작은 방에서 김을 재도록 했지요.
커다란 쟁반에 소금이랑 붓이 담긴 참기름 통과 두툼한 김 한 봉지를 작은방에 넣어 주시면 저는 열심히 기름 바르고 소금 뿌렸답니다.   잘하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시러 엄마가 들여다보시던 모습이 아련합니다.

가끔 재 놓은 김을 사서 먹기도 하고, 선물로 들어오면 맛있게 먹지만 대부분 저는 집에서 김을 재 먹어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꿔가며 재기도 하고 두 종류를 섞어서 재기도 하는데, 이번엔 매운 김을 구웠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고추기름을 만들어서 재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 거창하기도 하여라)을 내렸답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고춧가루를 하룻밤 담갔다가 해 보기도 했지만, 고추기름만큼 맛은 안 나더군요.

재료;  김, 고추기름(올리브유 +  매운 고춧가루), 참기름, 소금

우선 고추기름을 만들어요.
올리브유를 냄비에 적당량 넣고 중불에 맞추어서 끓기 직전에 불을 끈후, 아주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서 섞어 놓았어요.
완전히 식으면 고운 체에 기름만 걸러요.   넉넉히 만들어 냉장 보관해 두면 육개장등을 만들때 요긴하게 쓸 수 있어요.


김 재는 건 다 아시죠?
김을 앞 뒤로 살펴 이물질을 떼어 내고 붓으로 고추 기름에 참기름을 조금만 섞어서 김의 거친 면에 골고루 바른후, 소금을 짜지 않게 조금만 집어 골고루 뿌려요.  한 2,3분쯤 재워 둔 후 달궈진 팬에 김을 두 장씩 집어 앞 뒤로 약간 갈색이 날 만큼 구워요.   너무 덜 구워져도 저는 맛이 없더군요.


왼쪽 검은 김은 굽기 전, 오른 쪽이 후예요.
김을 아래로 길게 놓았을때 가운데 세로로 한번, 가로로 두번 잘라 세 부분으로 나누면 먹기 좋은 크기가 되요.


으아~ 도저히 사진으론 표현이 안되요.
실제로는 노릇 노릇하고 윤기 흐르는 김인데, 사진은 그냥 검은 덩어리로만 보이네요.(찍는 법이 있을텐데... ㅜ)


요건 좀 나은가요?


따끈한 밥에 바삭하고 고소한 김, 정말 맛있어요.
게다가 매콤하기 까지...


처음 입에 넣으면 매콤한 줄 모르다가 한 두 번 씹으면 매운 맛이 솩~ 퍼져요.


다른 매운 음식처럼 심하게 매운 맛이 나는건 아니고, 그것 보다는 약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제대로 납니다.


이렇게 담아 놓고 보니, 아이들 아기때 막 밥 먹기 시작할 즈음 한 두개씩 김에 싸서 먹이곤했던 기억이 솔솔 나네요.


이번 명절에 매콤한 김을 상에 올리면 색다른 재미가 될 듯 해요.


제가 재운 김을 밥과 먹는 거 외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요리를 했는데, 무언가 모르게  2% 부족하다 싶으면 김을 잘게 썰어 넣어요.
부족한 맛이 감쪽 같이 채워집니다. ^^   특히 콩나물 국에 넣으면 정말 맛있어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