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를 키우며 일어난 에피소드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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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로 딸을 키우다가 둘째를 아들로 키우다보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저절로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둘이서 오랫만에 마음이 맞아 깔깔대며 놀다가 갑자기 큰 애의 소리가 들린다.
"아야!  엄마!(아이들 특유의 고자질 할때 억양으로 뒤를 길~게 뺀다)"
내가 속으로
'으이구, 또 다 놀았나 보군.   토닥이는 걸 보니.'
하고는 대답을 하려는 찰나, 누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생이
"(역시 고자질 할때 억양으로 길~게 빼며) 있잖아, 내가 놀다가~ 몸 돌리다가~ 팔꿈치로~ 누나 얼굴 쳤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어."
누나가 고자질 하는걸 듣느니, 제 입으로 하고 끝내는게 났다고 생각했나보다.
으이구, 능구렁이 녀석.   녀석의 계획대로 누나와 엄마는 웃음으로 용서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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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둘.
지금은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서 그런 경우가 뜸해 졌지만, 예전에는 책을 다 꺼내 성을 쌓고, 인형들과 함께 소꿉놀이 비슷한걸 많이 했다.
옆에서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 누나는 항상 공주나 왕비, 동생은 전사 아니면 성문을 지키는 병사가 된다
그러다 보니 공주나 왕비는 인형들과 할 얘기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동생은 문만 지키고 있으니 대사가 없다.
어쩌다 동생이 불만을 터뜨리면 누나는
"이제 밤이야. 넌 잠자면 돼."
하고는 공주나 왕비는 밤새 파티 하며 조잘 댄다.  동생은?  옆에 누워 아침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밤이 왜이리 긴지.

에피소드 셋.
누나가 간호사, 동생이 환자가 됐다.   의사가 없다고?   물론 누나가 1인 2역이다.
환자가 오면 간호사 주사 맞혀 재워 놓고(?), 그 많은 인형 환자 만들어 혼자 대사한다.
동생 그러다 진짜 잠든 경우도 있다.

에피소드 넷.
누난 안 그랬는데, 동생은 조금 크더니 자동차의 엄마 지정석인 아빠옆 조수석을 넘보기 시작해서 지금은 으례껏 제가 가서 앉는다. (우쒸, 나두 앞에가 트인 자리에 앉고 싶다.)   누나는 멀미 날 때 빼고는 앉으라 해도 싫단다.
쬐끔한게 운전에는 왠 관심이 그렇게 많은지, 아빠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물어 본다.

이래서 부모를 위해서는 다른 성(남매)이 좋지만, 형제 지간에는 동성(자매나 형제)이 좋다고 하나 보다.
커갈수록 남자 여자 차이가 나니, 하다 못해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의견을 절충하기가 힘들다.
이제와서 아들 딸을 하나씩 더 낳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이 편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또 조금 지나면 세대 차이 난다고 부모와는 안 어울리려 할 테고, 어쩔 수 없이 친구들만 찾을 테니 벌써 서운하다.

결론은? 결론은 ..
부부밖에 없다. 이거지 뭐.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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