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큰 충격이었던 어느 곤충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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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방학전에 학교에서 받아온 할인권입니다.
지하철 신당역에서 하는 '곤충,파충류 체험 박람회'
여러가지 일로 체육관에서 스키장 한 번 다녀 오고, 아이의 오랜 숙원 사업(^^)인 pc방에 아빠와 삼촌이랑 다녀온 걸 빼면 거의 놀러 나가지 못한 작은 아이가 안쓰러워 곤충 박람회라는 이름이 암시하는 날카로운 '핀'이 껄끄러웠지만(아마 이런 마음을 선단 공포증이라고 한다지요), 개학때까지의 일요일중 어제 밖에 시간이 안 날것 같아서, 폭설 예고에도 불구하고 지하철만 타고 다니면 되니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할인권 뒷편에 자세하게 장소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길고도 긴 에스컬레이터가 저절로 손잡이를 잡게 만듭니다. 잠실역에서 환승할때는 꼭 먹어줘야 하는 '델리만쥬'
(도대체 강조 하고 싶은게 뭔지?  만쥬가 아니라 길바닥인게냐????)


가는 길에 지하철 역 지붕 사이로 눈이 내리고 있어요. 일기 예보가 딱 맞았네요.



관람객이 참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이었구요.
입장을 해서 쭉 둘러 보기 시작했는데, 아까 만쥬랑 음료수를 같이 먹은 작은 놈이 화장실을 찾습니다. 매점에 가서 물어 보니, 이런....  허가가 안 나서 박람회장 안에는 화장실이 없고 역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네요. 간이 외출증을 받고 나가 보니 175m전방에 화장실이 있다고 써있습니다.
쳇,쳇,쳇,쳇. 날도 추운데....

두번째 입장해서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뾰족한 '침'만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적가슴왕꽃사마귀'입니다.
내가 만약 이 사마귀라면 저 자세, 참 굴욕적일것 같아요.


'핀'


'핀'들....


어느 숲을 자유스럽게 날다 잡혀서, 이렇게 자연스럽지 못하게 죽음을 유지하게 된 거니...




처음 느낌이 딱 맞았습니다. '핀'이 신경쓰여서 다른 느낌은 가질 수가 없네요.
내 다시는 이 놈의 공포증을 치료하기 전엔 '곤충 박람회'에는 오지 않으리...


지금까지의 '공포증'은 아무것고 아니었습니다. 저 개인의 일이니까요.
정말 충격적인 일은, 직원분이 왕도마뱀이 먹이를 먹는걸 보여 주겠다고 관람객을 불러 모을때 부터였습니다.
 
근처에 서 있던 저는 무슨일인가 얼떨결에 보게 되었지요.
대충 30cm가 좀 넘을것 같은 왕도마뱀이 뚜껑 없는 유리 상자에 들어 있었고, 직원이 조그만 플라스틱통에 하얀 무언가를 담아 옵니다.
헉~ 살아 있는 하얀 쥐였습니다.
동물들은 본능이 뛰어나다지요. 생쥐가 통 속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아마 죽음이 코 앞이라는 걸 알았나봅니다.
직원분은 도마뱀의 먹이 습관이나, 무얼 먹는지 등 설명을 하십니다.
뒷 사람 안 보인다고 앞에 사람 앉으라고  정리를 잘 해준 덕분에 도마뱀이 잘 보입니다. ㅜ
어린이들은 통 앞에 둘러 앉고, 어른 들은 뒷줄에 둘러 서있습니다.
늦게 온 어린이는 아빠의 무등을 타고 들여다 보고 있네요.
어떤 아이가 생쥐가 불쌍하다고 하니까, 직원이
"여러분은 닭 안 먹어요? 소고기 안 먹어요? 나중에 고기 먹는거 아저씨한테 들키면 혼나요."

아저씨~
그래도 닭 죽이는거, 소 도살하는 거 보여 주진 않잖아요. ㅜ

드디어 쥐가 꼬리가 잡힌 채로 왕도마뱀이 있는 통속으로 들어 갑니다.
도마뱀 머리위에서 쥐를 흔드는 것 까지 보고 저는 돌아서서 옆 쪽으로 비켜섰습니다.
잠시후 찍찍대는 쥐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말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잘 보이라고 앉혀준 자리, 플라스틱 투명 칸막이 바로 너머에서 살아 있는 쥐를 여러번 물어 죽여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 아이들...

뭐, 뱀이 쥐를 잡아 먹고 사는 것도 알고, 살아 있는 것만 먹는 다면 그 것도 자연의 한 모습이니 이해 할 수 있지만, 꼭 보여 주어야만 하는 모습인지, 얼마나 교육에 보탬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체험이라는 타이틀때문인지 몇 몇 동물은 아이들이 만질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는데, 몇 몇 짖궂은 아이들은 동물을 괴롭히는 수준이었습니다. 거칠게 만지고, 툭툭 치고, 동물이 괴성을 낼 만큼 꽉 잡고.
꼭 필요한 코스라면 직원 한 분쯤 계셔서, 이런 아이들은 제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그런 모습을 보며 동물이 불쌍하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군요.

 

 

미꾸라지 잡기도 있었는데, 여러번 시달려서인지 죽어 있는 것도 여러마리 있었습니다.



찜찜한 마음이 남는 박람회 견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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