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학 숙제하는데 내가 목욕한 사연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1. 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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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 학교 방학 숙제는 학교에서 내 주는 '꼭 하는 과제'와 ' 스무 가지 넘는 항목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몇 가지 골라서 하는'나만의 과제'가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나만의 과제'로 정한것 중에 '가족들 얼굴, 손,발 씻기고 소감문 쓰기'가 있습니다.


사춘기 누나는, 더구나 남동생이 씻겨 준다는
데 동참하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고, 엄마와 아빠만 씻겨 주기로 했지요.


저도 예전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며 몸에 기름기가 빠지는지 (ㅎㅎ) 신경을 쓴다고 써도 한 겨울에 조금씩 갈라지는 뒷꿈치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내 나이 또래 주부들에 비하면 심한편이 아닌데도, 혹 남편 몸에 닿을까 조심합니다.
음~ 내 친구는 뒷꿈치로 남편 등을 긁어 주기도 한다는데, 전 혹시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를 여자에 대한 남편의 환상이 깨질까 조심한답니다. ^^


세수만 해주는게 아니라 발까지 씻겨 준다는게 마음에 걸리더군요.
엄마의 발이 거칠다는걸 알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먼 훗날 이 엄마가 이 세상에 없을때 엄마의 거치른 뒷꿈치만 기억하는건 아닌지, 장가가서 제 각시 발 씻겨 주며 시어머니 발 뒤꿈치가 거칠다는 뒷담화(?)를 하면 어쩌나 하는 복잡 미묘 얼토 당토 않은 생각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뒷꿈치가 거칠다고 아들이 오해할까 사뭇 걱정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목욕 재계하고 뒷꿈치를 열심히 닦았습니다.
항상 하는거지만 보습제도 더 정성껏 바르고 열심히 마사지도 했답니다. ^^

이 정도면 하루 정도는 부드러움이 유지 되겠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에 그날 저녁 아이가 세수를 시켜준후 마지막으로 발을 씻길때도 마음놓고 있는데,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왜 이렇게 뒤꿈치가 거칠 거칠해?"
 "......"

야, 임마, 일부러 열심히 씻은 엄마한테 이럴수가 있냐?   엄마들은 다 이러거든?   나도 옛날엔 안그랬거든?

일부러 시간내서 목욕한것이 도루아미타불이 되버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아빠 얼굴에 기름이 많다는 아이의 얘기였지요.
뒷꿈치 거치른 엄마와 얼굴에 기름이 산유국 수준인 아빠와 누가 더 나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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