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나들이에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니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4.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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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 겨울부터 시작해서 겨울 방학, 봄방학 그리고 새학년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제대로 나간것이 지난번 남산에 다녀온 것 빼고는 거의 없습니다.
대기 쉬운 핑계로 경제도 어렵고, 날씨가 추운것도 있었지만 우리집 운전기사인 남편이 공부하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겁이 너무 많은 관계로 운전 면허는 필기만 보고 말았던 무능(?)한 제 탓도 있긴하지요.
교통편을 알아보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나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도 될 것을, 막상 나서려고 하면 추운 날씨와 편한 것에 익숙해져버린 게으른 습성때문에 시도도 안해보고 한 겨울을 보냈네요.

15살 딸아이는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니 제쳐 둔다해도, 팔팔한 기운이 넘쳐나는 11살 사내아이는 얼마나 갑갑했을지 상상이 가지요.  체육관에 다니는 걸로 겨우 경우 해소를 하고 있습니다.


초여름 날씨 같았던 지난 일요일, 가까운 남한 산성에 점심때쯤해서 작은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아이는 집을 나서면서 부터 종알 종알 신이 났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다니기가 좋았습니다.

마침 무술 대회를 하고 있어서, 생전 처음으로 사각의 링도 보고 킥복싱 경기도 구경했습니다.
바로 눈 앞에서 치고 받는 소리까지 들으며 보니, 조금 무서웠습니다.
심각하게 선수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에헤야~디야~ 자진 방아를 돌려라~~" 노랫가락이 들려오더군요.  
이래서야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이나 할 수 있을까 해서 소리 나는 곳을 찾아 보니, 바로 옆에서 어느 절에선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창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여흥(?)을 즐기시네요.
의도는 좋지만 자리 선정이 잘 못된 듯 합니다.




잠깐 경기를 본 후에 약사사라는 절에 올라가며 본 개울 물에 있는 도롱뇽알을 보고 아이가 환호성을 지릅니다.
절에 도착해 소박하게 걸려 있는 등도 보고, 아이와 돌탑도 쌓았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를 마음에 걸려하며)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고, 지나는 길에 탁구장이 있길래 땀 흠뻑 흘리며 신나게 한 시간 치고 나왔습니다.


네 다섯 시간도 안되는 짧은 나들이에 아이는 행복하단 말을 다섯번이나 했습니다.
즐겁다는 말도 그 만큼은 한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으며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방학이 끝나고 반 아이들을 만나면, 비행기타고 외국에 다녀왔다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혹은 몇일씩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도 있고, 아쉬운데로 시골 친척집에서 놀다 오는 친구도 있구요.
솔직히 비행기타고 외국으로 여행 다닐 여유가 지금 상황으론 어렵고, 아빠가 하시는 일에 엄마가 없으면 안되니 시간상으로도 일요일 빼고는 곤란합니다.
시골 큰집에 며칠을 가 있어도 괜찮지만, 아이들만 보내는것 부터 문제기도 하고,  형님만 힘들게 하는것 같아 제가 싫습니다.

친구중 누구누구가 외국 여행하고 왔다는 말을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제 가슴엔 어쩐지 못이 박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아이에게 비행기를 태워주기 위해, 올 해 안에 제주도 여행을 한 번 계획해 보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했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습니다.  
tv나 주위에서 하두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니, 마음에도 여유가 없어진듯 합니다.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고 딴 생각을 하면 큰 일 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문득 매운 닭볶음탕에 밥 한 공기 뚝딱 해 치울만큼 자란 아들을 발견(?)하는 이상한 일도 경험합니다.
이러다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건 아닌지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아들아, 지금은 엄마 아빠가 이 정도밖엔 해 줄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더 즐겁게 여행다닐 날도 올거야.   게다가  엄마 아빠 노년이 활짝 핀다고 어느분이 그랬거든.^^
누나가 중간고사 끝나고 놀러가자고 하니, 그때 너의 소원인 네가족 모두 나들이를 한 번 다녀오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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