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으며 공부하는 딸, 말려 말어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4. 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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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점심때쯤이면 교복 입은 아이들이 보이는 걸 보니, 지금 한창 중간 고사 기간인가 봅니다.
우리 딸 아이 학교는 내일, 수요일 부터 시험입니다.
밤 9시면 잠에 취해 정신 못 차려서 학원을 못 다니는 첫번째 이유가 된 잠퉁이가, 며칠 전에는 난생 처음으로 새벽 2시 30분까지 공부를 했다고 자랑합니다.
저까지 덩달아, 먼저 자기 미안해서 12시까지는  버티다가, 그만하고 자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 놓고는 자버렸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면서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작년  학년말 고사때부터 가끔씩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더군요.


사람이란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라, 저 학생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히려 음악에 정신이 팔려 책을 보고 있어도,  머릿속은  노래 가사나 멜로디만 따라  하느라 진도가 나가질 않았었지요.
딸 아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주위의 소음이 들리지 않아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합니다.
공부 잘 하는 반 친구들 대부분이 집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한다구요.
본인이 잘 된다고 하는데 뭐라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두 세번 토닥거리며,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2학년 1학기 중간 고사를 준비하면서는 아예, 생전 쓰지도 않던 소형 라디오까지 아빠에게 밧데리를 부탁해서 틀어 놓고는 공부하는 내내 헤드셋을 쓰고 하네요.
저녁 시간에는, 공유나 이정이 진행하는 국군의 방송도 듣는다고 신기해하며 얘기하기도 합니다.
몇 몇 과목 선생님들께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게 도움이 된다며, 그 과목 자습 시간에는 음악을 듣는게 허락이 됐다고 합니다.
여지껏 그 방법이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본인이 하면서도 미심쩍어 하더니, 아마도 선생님들 말씀에  확신을 가진 듯 합니다.

헤드셋 쓰고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면,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하는 건지, 같은 문제만 계속 보고 있는건지 자꾸 의심이 가서 목구멍까지 잔소리가 나오려는 걸 꾹꾹 눌러 참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 방법으로 성공을 못해서 인가 봅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너무 오래 착용하면 안되니까, 4,50분쯤 공부를 하고 잠깐 쉬라는 이야기로 하고 싶은 잔소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딸이어도 사람이란 다 제각각이라 저 한테 맞는 방법이 반드시 아이에게도 맞으리라는 법은 없겠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얘기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는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인지 아닌지 이 번 시험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게 어떠냐구요.
아이도 그러자고 합니다.

학교에 가고 난 후 딸의 책꽂이에는 커다란 헤드셋이 얌전히 꽂혀 있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잘하고 있는걸 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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