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부모라서 안 되는 것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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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엄마가 많이 약해 지신 듯 합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는 두 분이  토닥토닥 자주 다투시더니, 그 다툼 또한 살아 가시는 힘이셨는지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로 아픈 곳도 더 많아 지시고 허전해 하시는것 같습니다.
새벽에 주무시다가 깨시거나, 외출 후에 돌아 오시면서도 항상 아버지가 계시던 안방 그 자리에 아직도 아버지가 앉아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엄마가 많이 외로우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얼마전부터는 허리도 더 아파지시고 무릎관절도 더 안 좋아지셔서 시장에라도 가시려면 몇 번을 쉬셔야 될 정도가 되셨지요.
지팡이를 짚으시면 훨씬 편하실 듯 했지만, 제가 선뜻 엄마께 권하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이 삼년전 부터 자주 넘어 지시더군요.
평지를 걸으시다가도 그냥 넘어 지시고(아버지 말씀으로는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하셨습니다.), 1센치라도 턱이 있으면 조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넘어 지셨습니다.
그래서 마치 아이들이 걸음마를 처음 배울때 처럼 조금이라도 턱이 있거나 계단이 있으면 주춤 주춤 겨우 올라가거나 내려오셨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제가 지팡이를 짚으시는게 어떠시냐고 했더니, 80넘으신 연세였는데도 너무 노인네 같아서 싫으시다고 하셔서 엄마와 웃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나이가 드셨어도, 지팡이를 짚는다는건 당신이 나이가 드셨다는걸 아버지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싫으셨을거란 생각에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팡이를 사용하시기는 했지만, 이런 이유와 지팡이 짚은 엄마를 안 보고 싶은 제 마음까지 더해져 엄마에게 지팡이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참 지내다 보니 엄마 스스로가 힘이 드셨는지, 낡고 검은 긴 우산을 마치 새 우산처럼 잘 접어서 짚고 다니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이게 흐린 날은 우산처럼 보여서 좋은데, 오늘같이 해가 쨍쨍뜨면 조금 우스워 보이긴 하는구나."
어느 맑은 날, 병원에 같이 가는 길에 하신 말씀에 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산 지팡이를 어느날 병원에 가셨다가 잃어 버리고 오셨습니다.
화장실 가시면서 한 쪽에 잘 세워두고 가셨는데, 누가 새 우산인줄 알고 집어 갔는지 없어졌다고 하십니다.
"그냥 예쁜 지팡이를 하나 사드릴까?"
혹시 엄마의 자존심이 상할까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그러게 말이다. 근데 지팡이는 식구들이 사 주는게 아니라고 옛날 부터 그랬단다."
하십니다.
"어머, 왜 그런거지?"
"글쎄... 이유는 확실하게 몰라도, 자식이 부모 지팡이를 사주면 자식에게 안 좋다는 말이 있어.   전에 아버지 지팡이도 아버지에게 붓글씨 배우던 분이 사 주신거야."
당연히 엄마나 아버지가 직접 사셨을거란 생각만 했던터라, 얼굴도 모르는 그 분께 새삼 고맙기도 하고, 그럼 엄마 지팡이는 누가 사줘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나중에 주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이나 식구가 가서 사오는건 안된다고 옛날 어른들이 그러더라."
며칠을 궁리끝에 언니가 아는 언니에게 부탁해서 사 온다고 하는 걸로 엄마의 지팡이는 일단 해결이 됐습니다.


자식과 부모라서 안되는게 있기도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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