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명 보험 든 남편, 내게 당부한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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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 가정의 수문장이라며 책임감 반 부담감 반의 정신으로 열심히 사는 우리 남편.

몇 년 전 어느 보험회사의, 남편이 사망한 후로 받은 보험금으로 잘 사는(?) 아내와 아이가 주 내용인 광고가 한참 도마 위에 올랐던 때였습니다. 아내인 저도 그 광고를 볼 때 마다 씁쓸했는데, 남편도 광고를 볼 때 마다 한마디씩 했었지요.
저로서는 욕 한 번 하고 끝나는 광고였지만, 남편으로서는 마음 한구석에 남는 것이 있었나 봐요.
어느 날 문득 자기 이름으로 생명 보험을 들었다고 얘기합니다.

주위에서 아내가 남편 이름으로 생명 보험을 든다고 하면, 그런 거 들면 재수 없다(?), 죽으라고 기도 하느냐,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니냐며 부부싸움 나기 다반사라는 걸 보고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아무리 가정적인 남편인 걸 알고 있어도 참 의외였습니다.

제가 농담으로
"이제 나한테 등 돌리고 못 자겠네. 음식에 독 들었나 검사하게 은수저 다시 꺼내 놔야 하는 거 아니야?"
말했더니 콧방귀도 안 뀝니다.

그러면서 말하네요.
"씁쓸한 일이긴 해도 만약 내가 어떻게 된다면 제일 큰 문제가 경제적인 거야. 애들하고 어떻게든 살아야지. 그렇다고 자기가 남의 밑에 가서 일할 수도 없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도 없고. 흔한 말로 식당에를 나간다고 해도 자기 체력으로는 반나절도 못 할거고 또 그건 내가 싫으니까 생각도 말고. 이 보험 말고도 교육 보험도 있고 **, **, **도 있고, 국민연금도 있으니까 아주 풍족하진 않아도 아이들 대학까지 공부 시키는 건 문제 없을 거야. 그다음엔 저희가 알아서 살라고 하고 나머지 자기가 다 갖고 써. 알았지?"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지만, 심각해지기 싫어서
"그럼 내 이름으로도 생명 보험 들까? 자기한테 돈이라도 있어야 예쁜 부인 얻지, 다 큰아이 둘이나 있는 남자한테 누가 오려고 하겠어?"
농담처럼 말했더니 남편 왈
"아휴~ 예쁜 여자는 이제 질렸어. 푸하하하. 으이구~ 내가 자기 말고 다른 여자랑 뭐하러 살아."
(참고로 여기서 예쁜 여자는 저를 말하는 겁니다. ㅋㅋ)

뭐, 혹시라도 나 먼저 가고 나서 다른 여자를 만나 살던 뭐하던(우리 애들만 잘 키운다면) 상관은 없지만, 나 잊고 다른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란 말은 내 입으로는 못 하겠습니다. ^^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남편의 마지막 말.
"뭐, 사업이나 장사한답시고 일도 벌이지 말고, 특히 남자 만나지 마, 나 같은 남자 만나긴 하늘의 별 따기니까 (웬 자신감?) 애들하고 얌전히 살다가 나 한테와. 알았지?"
끙~ 이래저래 나를 못 믿는 구만...
아마 남편이 가장 해 주고 싶었던 말은 '다른 남자 만나지 마라'는 말인 듯싶네요. ^^


남편~ 보험이고 뭐고 자기가 우리 가정 끔찍이 생각하는 맘이 고맙긴 해도 남편이 내 옆에 있는 것만 하겠수?~
이런저런 보험과 연금이 자기 어깨에 놓인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주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하우~
혹시라도 자기가 경제력이 없어진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그랬지?
닥치면 다 하게 돼 있듯이 지금은 연약하고 순해 보여도 나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
남편이 지금 고달픈 세상을 참고 헤쳐나가듯이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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