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찬장에 거울이 달린 이유는...

반응형

아침에 화장을 하면서 무심코 틀어 놓은 tv에서, 결혼한 부부간의 예의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다들 어찌나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하던지 아침부터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한지 1년 ,5년, 10년 지나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나 주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 비슷한 과정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치고 갈등도 겪으며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결혼 후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부부간에도 서로 모든걸 트고 지내게 되더군요.
바로 눈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갈아 입기,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볼일 보기, 대놓고 트름 혹은 방귀 뀌기, 코 파기는 예사이지요. 

  


우리 남편을 예로 들자면 대표적인게 방귀 뀌는 겁니다.
어찌나 자랑스럽고 씩씩하게 뀌는지, 팬티에 구멍 안나는게 신기할 정도 입니다. ^^

저의 경우를 얘기하기전에,  우리 엄마  얘기를 잠깐 할까합니다.
연세가 80 이 훌쩍 넘으셨는데도 어쩌다 친정에서 잘때 보면은, 새벽에 일어나셔서 세수하시고 옷갈아 입고 계십니다.    우스개 소리로 사위한테 잘 보이시려고 하시냐고 놀리기도 합니다.
나가시기전에 거울 보시고 옷 매무새 챙기는 시간이 저보다 더 걸리시는듯 합니다.
나이들었어도 엄마도 여자라는걸 굳이 말씀안하셔도 느낄수가 있지요.

은연중에 엄마의 이런 모습들과 저의 기본 성격탓에 결혼 15주년이 내일 모레이지만, 나름대로 남편앞에서는 긴장하고 삽니다.
어쩌다 참다 나왔던 몇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편은 물론이고 아이들앞에서도 방귀를 참습니다. ^^
정 급하면 화장실이나 바깥으로 나가지요.
옷을 갈아 입을때도 빈 방에 들어가서 입고, 화장실 문은 꼭 잠그고 들어갑니다.
화장실 가까운 곳에 혹시 남편이 있으면, 수도꼭지를 조금 틀어 부끄러운 소리가 안들리게 하지요.^^

저의 이런 경우를, 아는 동생에게 이야기했더니 피곤해서 어떻게 사냐고 하더군요.
아이 둘 낳고 10년 넘게 살면서 저도 알게 모르게 추한 모습들을 보인적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 몇가지만이라도 지켜서, 제 스스로 나도 여자라는걸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방귀나 트름을 아무리 해도 아름다워 보이는 여자도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참는것이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지요.

사진에 보이는 거울은 뚜껑이 달린 거울이었는데, 제가 뚜껑을 떼어 버리고 거울만 찬장에 붙여 놓았습니다.
식사후 설겆이 할때 이를 볼 수도 있고, 눈꼽이 끼었나 볼 수도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제일 좋은 기능은 뒤에서 혹 남편이 흘겨 보고 있나 감시할 수 있다는거지요. ^__^

저 거울은 제 나이가 70 이 넘는다해도 남편에게는 '여자'로 남고 싶은 제 마음의 다짐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