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기 민망했던 등산 중 고스톱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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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남편은 일하러 가고, 아이들도 웬만큼 크니 다 각자 놀고 공부하기 바빠 저 혼자 남게 됐습니다

날씨가 집에 있긴 아까워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혼자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복장에 등산화만 챙겨 신고 가볍게 출발.

은행동 입구에서 남문까지 올라가 수어장대 지나 성곽 밖으로 돌아서 올 작정입니다.
성을 따라 남한산성 전체를 돈 건 몇 번 있어도 성곽 밖쪽으로는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기에 마음먹고 출발했습니다.


 

수어장대 지나 성곽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화살표 길로만 다니다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 다른 산에 온 것 같아 새롭습니다.

 


성벽 따라 나 있는 길도 정답게 보이구요.
오른쪽이 산 비탈이라 무서워서 마주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성벽쪽으로 붙었는데, 어느 분이 친절히 알려 주시더군요.
"오른쪽입니다."
"어머, 네~." *^^*
그 다음부턴 무서웠지만 꾹 참고 낭떠러지(?) 쪽으로 서 있었습니다.

 



흙먼지 일으키며 걷는 이 길이 참 좋습니다.
이 맘때 쯤에 따뜻한 담벼락에 기대어 해바라기 하던 어릴때도 생각납니다.

 


이렇게 굽이 돌아 가는 길목에 서면, 돌아 서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두근두근 호기심도 일고요.

 


볼때 마다 인공 호흡기와 각종 주사 줄을 꽂고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이 떠 올라 안쓰러운 나무. ㅜ

 



봄 바람을 흠뻑 맞고 내려 온 것 같은데, 계곡엔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고 있어요.
얼음 밑으론 물이 졸졸 녹아 내리고 있었습니다.

겨울에 이 걸 봤다면 언제 봄이 오나 싶어 초조해 졌을테지만, 봄이 이미 저 만치 온 걸 알기에 여유롭게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신발 터는 곳이 복작복작.

 


줄서기는 애초에 포기하고 뽀얀 흙먼지 뒤집어 쓴 신발채로 집으로 버스타고 돌아왔습니다.
4시간이 걸렸는데, 길고도 무거운 겨울 옷을 벗은 듯한 기분입니다. ^^

 




기분 좋게 산을 내려 오는 길에 눈살 찌푸려 지는 장면을 보게 됐어요.
어디선가 시끌벅적 간혹 귀에 익은 단어 들이 들려 옵니다.
둘레둘레 찾아 보니...

이 분들은 건전하게(?) 윷놀이를 하고 계십니다.
엇! 한 판이 끝났는지 돈을 세고 있는데 비록 천원짜리긴 하지만 한 참을 세십니다.
뭐지, 이건.

또 다른 곳에선 짝짝 붙는 소리로 온 산을 울리시며 고스톱 판이 벌어졌어요.
힘들게 올라와서 쉬는 참에 잠깐 하는 건데 어떠냐시면 할 말은 없지만, 어린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데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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