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 발견만큼 마음 허전해졌던 문자

부지깽이와윤씨들|2012. 5. 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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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것이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몇 개월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이는 방학 중이었는지 집에 혼자 있게 됐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다 컸다고들 하지만, 제게는 막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여전히 어린아이로만 생각되고 누나도 학교 가고 없는 게 맘에 걸렸어요.

혼자 심심하지 않을까, 아침은 먹였지만 입이 궁금할 시간이라 먹을 게 필요하진 않을까, 엄마가 언제 오나 기다리진 않을까.

 

'엄마 일 보고 금방 갈게.'

문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

휘이잉

 

첫 새치 발견 했을 때 느꼈던 요상스럽고 슬픈 그 바람이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불었습니다.

 

길에 다닐 땐 엄마 손 놓치면 큰일 나는 줄 알던 그 아이였던가,

어릴 때 어쩌다 잠깐이라도 누나와 집에 두고 나갔다가 오면 반가움에 목에 매달리던 그 아이였던가,

낯선 곳에 가면 엄마 옆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던 그 꼬맹이였던가. ㅜㅜ

 

나 스스로는 아이들에게 얽매이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착각이었나 봐요.

아이가 자라 서서히 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표현 못 할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 아이 때도 느꼈을 텐데, 막둥이라 더 세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비슷한 상황이 돼서 내가 나가게 되면, 내 뒤에 대고 저런 비슷한 말을 가끔 해요.

어느 땐 나가 있는 저에게 일부러 전화해서,

'몇 시에 들어오느냐, 일찍 들어 오라는 게 아니라 그냥 몇 시에 들어오는지 궁금해서 그런다'

고 물어봅니다.

엄마 없는 안전한 시간(?)이 몇 시간인지 알아서, 마음껏 즐기고 싶나 봐요.

 

하긴,

아이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아이만 할 때 저랬거든요.

북적북적하던 집에 어쩌다 혼자 있게 되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어쩔 줄 모르던….

혼자 있을 때 해 보고 싶던 일들을 떠올리며 시간이 더디 가길 바라던 그 시절이요.

 

상황도 이해되고 그 기분도 알지만,좀 약해지긴 했어도 허전한 마음은 여전히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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