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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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고 며칠 전엔 비까지 오니 지난 4월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여든 넘어 까지 정정하게 사시고 돌아가실때도 별 고생 안하시고 눈을 감으셔서 애닯고 그리워 혼자 있을때 문득 문득 눈물이 나긴  해도 마음이 아프거나 하진 않다.

부자집의 장남이셨던 아버지, 당연히 받는거만 익숙하셔서 본성이 악해서라기 보다 남에게 특히 식구들에게 베푸는 것을 모르셨던 분이다.   옆에서 엄마가 한마디씩 하면 그때서야  "그래?"하시며 식구들에게 관심을 보이곤 하셨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내겐 갈치 구이가 한편으론 가슴 먹먹하고 한편으론 세상에 제일 맛난 음식이 되버렸다.
어렸을 적 어쩌다 갈치를 구우면 엄마는 당연히 살많고 통통한 가운데 부분을 아버지 앞에 놔드리고, 꼬리쪽 살도 없고 가시때문에 발라 먹기도 어려운 꼬리 부분을 우리 앞에 놓아 주셨다.

드라마의 자상한 옛날 아버지나, (꼭 그렇지 만은 않겠지만)지금의 대부분 아빠라면 접시를 바꿔 놓거나 당신앞에 놓은 갈치 토막에서 살을 두툼하게 발라내 자식 밥 수저에 놓아 주었으련만, 울 아버지는 당신만 드시거나 혹 안드시더라도 상을 물리실때까지 접시를 우리 앞에 놓아주지 않으셨다.   그래도 그런 날은 아버지가 상에서 물러나시면 냉큼 집어다 먹기도 했다.  
막내 공주, 막내 공주하시며 예뻐하셨으면서 왜 그런건 모르셨을까? (절반은 장남이라고 너무 떠받드시기만 하셨을 할머니가, 절반은 오로지 남편이 하늘이라고 여기신 엄마가 잘 못하신 거라 생각한다.) 

밥 한 입물고 식어 뻣뻣해진 두툼한 갈치살을 발라 먹을때 그 맛이란.....

안 드실꺼면서도 미리 갈치 접시를 우리 앞에 놔 주시지 않는 아버지도, 가시와 살이 분리가 안되는 꼬리만 주시는 엄마도 밉고 서운했던 기억이 갈치만 보면 떠오른다.





갈치는 내겐 특별한 날 밥상에서 빠지면 안되는 음식이고, 아무리 아이들과 남편이 있어도 몸통의 한 부분은 내가 먹어야만 되는 음식이다.
한수저 가득 갈치를 얹어 입에 넣으면 어린시절 서운함에 목이 메여도, 그 황홀한 맛에 꿀꺽 넘어가 버린다.



이천 국립 호국원에 아버지를 모셨는데, 기온이 내려가고 쌀쌀해지니 혹 춥지나 않으신지 부질 없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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