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소주나 한 잔 할까?

반응형

원래 경제가 어렵니, 나라가 어떠니 해도 진심으로 걱정하거나 피부로 느끼진 않았습니다.  
삶의 질이란것이 있긴 하지만 아주 넉넉하진 않아도 남편이 노상 하는 말대로 밥을 굶고 살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나이도 왠만큼 먹고 아이들도 커가는 걸 보니 근심이 저절로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다가도 가끔씩 불안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투덜대기도 하지만, 해 놓고 나면 나보다 더 걱정이 많을 사람에게 괜한 소리 했나 하는 생각에 등이라도 한 번 토닥여 줄 걸 후회하곤 합니다.

좋을 때는 좋아서, 걱정스러울 때는 또 걱정스러워서 가볍게 한 잔씩 하는 걸 남편과 나는 좋아합니다.  좋을 때 마시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고민 있을 때 마시면 고민 앞에 잠시 용감해 질 수 있는 배짱이 생깁니다.

안주가  마땅히 없을때는 냉장고를 뒤집니다.   만두며 만들어 놓은 햄버거 스테이크까지 다 꺼내놓고 얼큰하게만 끓이면 소주 안주로 더 좋은게 없습니다.  일명, 후다닥 안주입니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라면에 콩나물만 넣고 얼큰하게 끓여도 훌륭한 안주가 되지요.



쓴 소주 한 모금과 얼큰한 국물 한 수저로 온갖 시름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짠~ 남편과 잔을 부딪히며 바라본 얼굴엔 내 얼굴에도 있을 세월의 흔적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뭐, 인생 별거 있을까요?
돈 많다고 하루 네끼 먹는것도 아닐테고(혹시 있을라나? ^^)  꼭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 같지도 않은것 같으니 말입니다.  간혹 다 갖추고 정말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오늘은 모르는 척 하고 싶군요.

이렇게 가끔 소주잔 부딪히며 서로 어깨 두드려주며 같이 늙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행복아닐까요?

자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주 한 병 어때?  OK?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