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귀하던 시절, 이렇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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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검정 고무신'을 보신 적이 있나요?    배경이 7,80년대 정도인 이 만화에서 주인공 어린 아이가 처음으로 라면을 맛보고 감격에 겨워 눈물 흘렸지요.    만화 끝나고 바로 아이들이랑 라면을 왕창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

저 어린 시절엔 라면이 몇십원쯤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세금에도 1,2원이 붙어 나오던때라 라면이 특별한
별식이었습니다.
식구가 여럿이니 순 라면만 가지곤 식구들 한 젓갈씩 먹기도 빠듯했지요.

그래서 엄마는 국수를 섞어 끓이곤 했답니다.   그러면 먼저 라면발만 골라 먹느라고 언니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구박을 받고...   오로지 라면만 넣어서 끓여 먹는게 소원일 지경이었지요.
왜 그렇게 국수 가닥이 싫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싫었던건 김치를 넣고 끓이는 것인데, 어린입에 매워서 그랬는지 라면 집을때 김치랑 국수가 안걸리게 집을려고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지요.
골라내느라 자꾸 뒤적이면 여기 저기서 질타의 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젠 내 맘대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되니, 그때 먹던 라면이 생각 나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어린 시절을 알려 주고 싶은 마음에 그 때, 그 시절 끓이던 방법대로 끓여 보았습니다.

양은 냄비 몸에 안 좋은거 맨날 들어 알지만, 라면 끓일때 만큼은 눈 감아 버립니다. ^^
김치를 잘게 썰어 스프와 함께 넣고 물을 끓이지요.   국수가 익으면 부피가 늘기때문에 라면을 반개 넣을 양이면, 물은 라면 하나 반 끓일만큼 넣어야 되더군요.   물이 끓으면 국수를 먼저 넣고 잘 저어가면 3,4분 먼저 끓입니다.



거품은 수저로 계속 떠내고 라면을 넣습니다.   국수를 몇 가닥 들어봐서 투명해지면 다 익은 것이지요.


그때는 저 국수가 어찌나 야속했던지..  ㅠㅠ


남은 국물에 찬 밥 한 수저도 빼놓을 수 없었지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몰랐을까? 
 
그냥 라면은 스프의 맛이 깍쟁이처럼 느껴진다면, 국수를 섞은 라면은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납니다.   딸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 잘못된 평가는 아닌 듯 합니다.

라면발만 골라 먹던 나의 어린 시절과 달리 딸은 국수랑 같이 어찌나 잘 먹는지...
라면발만 골라 먹어 이모들한테 구박 받던 추억을 들려 주며 딸과 함께 '그 시절'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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