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유일한 성탄절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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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사상을 평생 실천하시고 사셨던 아버지 덕분에 나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은 눈꼽만치도 없습니다. ㅠㅠ 

엄격하시기만 하셨던 아버지에게 감히 성탄절 선물을 달라고 말씀드릴 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아예 믿지도 않았던 감성적으로 삭막한 어린날 성탄절 기억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열심히 사 날랐던 것도, 어쩌면 빈곤한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성탄절 즈음에는 평소에 가지도 않던 동네 조그만 교회에가서 빵이나 사탕등을 얻어 먹곤했지요.
(어린 마음에 교회에 앉아 빵을 먹으며 하나님이 괘씸하게 여겨 벌을 내리시는건 아닌가 겁먹기도 했습니다.^^)
 
어느 성탄절날,  지금 추측하건데 형부가 '종합 선물 세트'를 사주셨습니다.
추측해서 형부라고 하는것은 엄마, 아버지는 물론 아닐것이고 언니들도 그렇게 어린 동생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추억을 심어 줄만큼 감성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위에 앉은채로 '종합 선물 세트'를 뜯어 먹으며, 처음 받아 보는 성탄절 선물에 먹을게 많아 좋기도 했지만 왠지 어색하고  민망한 기분때문에 몸둘바를 몰라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런 기억때문에 작년까지도 아이들 몰래 갖다 놓는 산타 할아버지 선물목록에는 '종합 선물 세트'가 항상 끼어있었습니다.   그 시절보다 양도 많이 줄고 쓸데없이 입맛만 고급스러워져 맛이 없는것이 태반이지만 처음 상자를 보고 느꼈던 뿌듯함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물론 먹을게 흔한 요즘 아이들에게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과자 한 상자에 부자가 된 것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건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가 나에게 주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성탄절 아침에 (내가 사다 놓은것이긴 하지만) '종합 선물 세트'가 발치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지금도 기분이 좋답니다.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의 실체를 다 공개해버린 이번 성탄절 이브에도 나를 위해 '종합 선물 세트'를 사서 발치에 놓고 자렵니다.


* 올해 선물 세트는 가방에 담겼군요.  '종합 선물 세트'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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