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넘은 친정엄마의 소중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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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평소 착용하던 렌즈가 잘 안맞는것 같아 시력 측정을 했었습니다.
어쩐지 아이손에 가시가 박혀 빼주려고 하니 이상하게 초점이 안 맞는것도 같고 흔들리는것 같기도한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책같은 것을 보실때 팔을 쭉 뻗어 눈에서 멀리 띠어 놓고 보시던데 내가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었지요.

우리 친정 엄마 연세가 80을 훌쩍 넘기셨으니, 컨디션이 안 좋을실때는 전화 번호가 적힌 수첩의 글씨도 안보이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바늘귀 꿰는거야 말로 노동중의 노동이시겠지요.
시력이 썩 좋지 않은 저는,  안경을 안끼거나 렌즈를 착용하지 않았을때 그 막막함과 머리아픔과 속 메스꺼움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며칠전 엄마집에 갔더니
"너 주려고 베자루 하나 만들었다"
하십니다.   아마 콩국수나 순두부를 자주 해 먹는걸 아시니까 전에 재래시장에서 베자루를 사다 주셨으면서도 만들어 주고 싶으셨나봅니다.   집에와 생각하니 꼭 이 베자루를 쓰길 바라시기 보다는 제가 보관하길 바라시는 마음에 만드신것 같습니다.


베조각이 정확하게 사각형이 아닌 자투리라 사각형 모양을 맞추느라 며칠이 걸리셨답니다.   게다가 80넘은 침침한 노안으로 연세탓에 떨리기까지 한 손으로 실을 바늘에 한 번 꿰기까지 몇 번의 헛손질을 하셨을까요.  
돋보기를 코 끝에 거시고 떨리는 손으로 바늘 구멍을 찾으셨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원래 예전에는 끈이 없이 사용했는데, 엄마는 그냥 다셨다고 합니다.  
끈에 만든 날짜를 엄마의 싸인처럼 써놓으셨습니다.   귀여우셔라^^   손이 떨리셔서 글씨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침침한 눈과 떨리는 손으로 하신것치곤 바느질이 꼼꼼하신편이지만, 젊은 시절 솜씨와는 비교가 안될테지요
끝부분은 튼튼하게 몇 번씩 겹쳐 꿰매셨네요.




예전에는 자루 입구를 삼각 모양으로 만들었답니다.   그냥 일자보다 사용하는데 더 편리할것 같네요.
앞 뒤가 꼭 맞지 않게 어긋나게 만든 것은 자루 주둥이를 벌리기 쉬우라고 그런것 같습니다. 


내가 자루를 펴보고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써.   길이 길이 보관할께, 엄마"
했더니
"그래,  외할머니가 만든거라고 애들한테 물려줘라"
하십니다.
1년 중에 아프신날 헤아리는 것 보다 안아프신날 헤아리는게 열 손가락안에 들어 훨씬 쉬운 엄마.
이런 생각하는것 조차 마음아프지만, 나중에 나중에 좋은 곳에 가시고 난 후에 난 엄마 보듯이 이 자루를 바라보겠지요.

엄마의 체온이 묻은 작품을 받은건 좋지만, 침침한 눈으로 애쓰시며 만드셨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우리 엄마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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