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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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자라면서 차츰 말을 배우고, 엄마와 대화가 가능해 지면서부터 딸을 낳은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알게됬습니다.   물론 딸중에도 아들같은  성격이나 아들중에도 딸같은 아들이 있어서 모든 경우에 다 맞는 일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올해로 중 2가 되는 딸이 있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릅니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고 가끔은 아빠를 뒤에서 흉보는것도(^^)도 죽이 척척맞습니다.

쇼핑을 나갈땐 아직은 집에 혼자 두기가 어린듯해서 작은 아이를 데리고 셋이 나가야 되는경우가 많은데, 딸은 이것이 항상 불만이었지요.
동생이 있어서 학교 얘기도 맘 놓고 못하고(내가 듣기엔 별 얘기 아닌 듯 해도 사춘기 딸아이는 남동생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같은 체육관을 다니니 체육관 친구들 얘기도 동생을 통해 소문날까봐 조심해야 하니 불편해했지요.

2008년 12월 마지막날, 체육관에서 눈썰매장을 갔는데 작은 아이만 보내고 딸과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평일에는 내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한 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며칠전부터 시간을 겨우 만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방학하면 미장원에서 스트레이트파마를 해주기로 약속했었기에, 작은 아이 보내고 바로 준비를 시작해서 9시 40분에 미장원을 갔습니다.   어차피 파마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저도 머리를 뽂았습니다. ㅎㅎ
그 맘때 여학생들은 모두 예쁘듯이 매일 묶고 다니던 머리를 길게 늘여뜨리니 얼마나 예쁘던지...^^
저는 미장원 문 밀고 나오면서 부터 후회하고 있습니다.  ㅠㅠ

오랫만에 한  머리가  어색해 서로 내 머리 어떠냐고 묻고 또 묻고 하며 극장에 도착하니, 보려고 한 영화의 상영시간이 1시간 30분쯤 남아 표를 예매하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못된 팥쥐 엄마인 나는 영화는 엄마가 보여 주는대신 딸에게 점심을 사라고 협박했지요. ㅋㅋ
통큰 우리딸, 흔쾌히 (본인이 좋아하는) 던* 도너츠를 사준답니다.
극장과 매장이 좀 떨어져 있어 덜덜 떨며 간후에 마신 뜨거운 커피와 핫초코는 너무도 달콤했습니다.
결론은 영화값보다 도너츠값이 더 나왔다는거.   누가 그렇게 많이 먹으래?  ^^

시간 맞춰 들어가 잠깐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방학시즌이라 그런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어찌나 많던지.
나도 그 맘때 그랬겠지만, 이성에 눈뜰 나이인지라 비슷한 또래의 이성을 흘낏 흘낏 쳐다보는 모습들이 웃음이 나더군요. ^^  남학생들이 우리 딸도 훔쳐보길래 이 엄마는 어깨 딱 펴고 눈에 힘 퐉 주고 바라보는 남학생들에게 레이저를 마구 쏘아댔습니다.

딸과 함께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로 잘 선택한듯 합니다.
영화가 끝난후에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아이에게 가르친다고 설교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평상시 딸의 생각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 생각하고 있고, 영화나 책을 볼때마다 주절 주절 설명을 달면 딸이 부담스럽게 느껴져 엄마랑 영화를 보거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피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몇 군데에서 부끄러운 대사가 나오던데 , 12세이상 관람가라는 사실에 딸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답니다)


딸은 남편과는 또 다른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해 주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중학생이 되더니 말도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가끔 허리도 못 펴고 웃을때가 많습니다.
아빠는 사춘기 딸이 옆에도 오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만, 엄마에게는 커갈수록   엄마를 닮아 가는 딸이 듬직하고 뿌듯하고 좋습니다.

어느날 문득, 결혼한다고 남자를 데려온다면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지도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딸 예뻐해주라고 사위한테 온갖 정성을 다 하겠지요.

어쨋든 배반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오로지 제편일 딸이 있어 아들만 있는 내 친구를 있는 자의 여유로 위로한답니다.

친구, 너무 부러워 하지 말게.   요즘은 딸같은 며느리도 많이 있지 않은가.  음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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