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생일날, 엄마가 선물 받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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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뱃속에 있다는걸 안 그 순간부터 행복함을 느낄새도 없이 심한 입덧에, 아기를 낳을때까지 힘이 들었습니다.
임신 4~5개월때까지 음식을 먹지 못하는건 물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구토로 임신후 몸무게가 늘기는커녕 그때까지도 조금씩 빠질 지경이었지요.
순하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의 유별난 입덧은 둘째때도 마찬가지었습니다.
한참 몸이 힘들때는 임신중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울 지경이었으니, 스스로 느끼는 힘듦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뱃속에서 키워 낳아주었는데, 자식 생일날이 되면 또 선물이다 음식이다 해서 아이에게만 축하를 해 주는게 갑자기 억울하게 느껴지는겁니다.

생일날이 있게 해 준 사람이 누군데, 아이도 물론 축복을 받을 일이긴 하지만, 힘든 열달동안 잘 품고있다 건강하게 낳아준 이 엄마의 공은 어디에도 없단 생각에 껍데기만 남은것 같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한 심란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빠도 임신 기간동안 엄마만큼이나 고단했다는건 당연히 알지만, 어쨋든 몸으로 겪어낸 사람은 이 엄마이니까요.

이 번 큰 아이 생일에 아이가 아빠에게 옷을 사달라고 하더군요.   이 엄마는 매년 그랬듯이 맛있는 음식 담당이구요.
그래서 나도 선물받고 싶다고 남편 옆구리 찔렀습니다.
고생하며 낳아서 키워 칭찬 받아야할 사람은 나인것 같으니, 나도 선물받고 싶다고 떼(ㅋㅋ)을 썼습니다.
만약 남편이 뭐라 투덜대며 돈을 주었다면 받아도 찜찜했겠지만, 다행히 흔쾌히 주더군요.
아, 한마디 하긴 했네요.
" 우리 딸 옷, 너무 싼거 사지 마라"
쳇, 비싼옷 입어야 할 사람은, 쫌 값이 나가는 옷이라도 입어서 옷발이라도 세워야 초라해 보이지 않는 나이 들어가는 마누라 아닌감.
딸, 너는 좋겄다.   저리 자상한 아빠가 있어서.

딸과 함께 나가 오래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하얀 난방과 바지를 샀습니다.
이렇게 예쁜 딸을 내가 낳았다는 아무도 알아 주지 않을 자만감에 어깨에 힘 팍 주고 말이지요. ^^


문득 남편에게 미안해 지네요.
어쨋든 남편덕(?)에 아이들이 있는건데 말이죠.  ㅎㅎ
둘째 아이 생일엔 내가 남편에게 선물을 해야겠습니다.

**내 생일날 엄마에게 선물을 하는것이 윗 글로 보아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면 엄마는 연세때문에 깜빡 잊어 버리고 있던 내 생일을 아시게 될테고, 그러면 고기라고 사먹으라고 얼마간 주시고 하실텐데, 용돈을 드리지 못할 망정 도리어 받게 되는 그 속쓰림이 싫어 아이들에게도 할머니집에 가선 엄마 생일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다짐을 받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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