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에 뽑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아십니까?

반응형

몇 번 글을 쓴것도 같은데, 부지깽이는 아주 소심하고 얌전(?)합니다.
결혼 전에는 아주 활달해서 처음 본 사람도 저를 보고 놀랄 정도로 아무하고나 금방 친숙해졌답니다.
결혼 후 직장도 그만 두고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 있다보니,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주눅도 들고 매사에 자신감도 없어 졌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후 가장 후회되는 것중에 하나가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것일 정도로 180도 변했지요.

어제는 아이들 체육관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발표회겸 축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사정상 이번엔 저 혼자 가게됬는데, 그 전에도 굳이 바쁜 남편을 데리고 간 이유는 단 하나, 경품 추첨 때문이었습니다.
발표회 며칠 전에 아이들편에 보내주는 순서지에 번호를 매겨 발표회 중간 중간 그 번호를 추첨해서 자전거니, 축구공, 소소한 생활 용품들을 나누어 줍니다.
혹시나 뽑혔을때 남편을 내 보낼려고 끌고(ㅎㅎ) 갔던 거지요.   그 '혹시나' 때문에요



두 달을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을 봐서라도 안 갈순 없고, 혼자 가야만 되는 어제는 발표회장을 가는 내내 제발 뽑히지 말라고 주문을 외우며 갔습니다.   세상에 이런 바보같은 아줌마가 또 있을까요?

참 이상하게도 안 좋은 예감은 왜 이렇게도 잘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몇 차례 발표가 끝나고 처음으로 번호를 추첨하는데, 세번째로 제 번호가 뽑힌 겁니다.
순간, 진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그러면 스스로 바보같음에  며칠 잠을 못 잘것도 같고, 선물이 무언지 궁금하기도 하고, 집에 가져온 순서지의 번호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뒤에서 듣고 있다가 나중에 왜 안나왔냐고 하면 창피해서 못 나갔다고 할 수도 없고,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상념들이 일어났지만 머뭇거리다간 더 못나갈것 같아 꾹 참고 나갔습니다.  
조그마한 포장된 상자를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손에 땀이 나면서 막~~ 떨립니다.   어휴, 소심 소심.
누군가 같이 갔다면 선물을 보며 서로 얘기라도 하다보면 덜 어색할텐데, 혼자 있으려니 옆 사람들이 저만 보고 있는것 같고 뻘쭘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ㅜㅜ

아이들한테는 항상 자신감있게 용감하고 씩씩하고 되든 말든 덤비라고 말하면서, 정작 저는 왜 이다지도 쪼그라드는지..

그래도 번민은 있었지만, 나간게 어디냐고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발표회가 끝나고 집으로 오며 아이들이 자기들 잘했냐고 물어볼때, 정말 멋있었다고 대답한 나의 말이 사실은 저 자신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

남들 보기에 일도 아닌것 같지만, 제게는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칭찬을 막 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용감해질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습니다.

그래, 잘했다, 부지깽이.
옛날에 하던 가락이 있는데, 어디가겠어?   창피함을 무릎쓰고 하나씩 하다보면 예전의 씩씩하던 너로 돌아갈꺼야.
부지깽이, 아자아자, 화이팅!!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