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가스와 김치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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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전에는 대부분의 일반 주택에서는 연탄을 사용했습니다.
연탄 보일러라고 나온것도 그로부터 몇 년 후이고, 그때는 아궁이에서 연탄을 때면 구들장으로 그대로 열기가 전해지는 원초적인 방법이었지요.


열기가 많이 전해지는 아랫목 장판은 누렇게 변색이 되고, 웃풍이 셋던 옛날 집 답게 차가운 웃목에서는 걸레가 얼곤했습니다.  이불을 목까지 덮어도 호 하고 입김을 불면 하얗게 김이 나왔습니다.

그때 제 소원 중에 하나가 겨울에 이불 안 덮고 공부하는 것이었을 정도니까요.   이불을 덮지 않으면 아랫목이라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가 차가워 유난히 추위를 잘타는 저는 손과 코가 시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린 제가 어쩌다 연탄을 갈게 되는 경우가 있곤 했는데, 연탄 구멍을 똑바로 맞춰 놓지 않거나, 아직 검은빛이 남아 있는 연탄을 갈면 혼이 났던 기억이납니다.

겨울 준비로 연탄을 많이 들여 놓는 날은 연탄 리어카가 있는 곳부터 조그마한 우리집 연탄광까지 길에 까맣게 발자국들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물 청소를 힘들게 하시면서도 광에 쌓여 있는 연탄들을 보며 엄마는 뿌듯해 하셨겠지요.
주부가 되고 보니 그 마음이 백번 이해 되고도 남습니다.


다 태운 연타재를 버리는 것도 일이었지요.   그때는 분리 수거도 따로 없이 새벽에 커다란 쓰레기차가 '엘리제를 위하여'노래를 부르면서 지나가면 자루에 담아 두었던 하얀 연탄재를 직접 들어서 차위로 올려 주면 위에 서 있던 아저씨들이 받아 실었습니다.   연탄재가 부피가 있어서, 어쩌다 버리지 못해 이틀만 쌓이면 연탄광에 가득 쌓이곤 했습니다.
연탄 시간 맞춰 갈랴, 연탄 간 후엔 가스가 새나 가끔 확인하랴, 한 겨울 새벽에 쓰레기차 기다려 연탄재 버리랴, 정말 고단한 시절을 엄마들은 사신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흔하던 연탄 가스 중독에 여러번 쓰러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자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제일 많았고, 대중 목욕탕에는 명절때만 가는 걸로 알고 있던 때라 대부분 연탄 아궁이에 물 올려 놓고 부엌에서 목욕을 하다가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급하게 떠오시는 김치 국물은 싫고, 달달한 맛이 좋았던 박*스 를 달라고 그 위급 상황에서도 잔머리를 굴렸었지요.
그러면 별로 부자가 아닌 엄마는 언니에게 동네 약국에 가서 나중에 엄마가 준다고 말하고 한 병 사오라고하면, 언니는 가기 싫어 인상쓰고 투덜대고.....  내가 얼마나 얄미웠겠습니까?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방에서 뛰어 놀면 구들장 깨진다고 소리치시던 얘기가 아마 금이 간 방바닥으로 연탄 가스가 새어 들어올까 걱정하시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지금도 문득 코 끝에서 연탄 가스 냄새를 맡곤합니다.
절대 연탄 냄새가 날 수 없는 주위 환경인데도 말입니다.
미식 미식하고 울렁 울렁 거리는 다시는 맡고 싶지 않은 추억의 냄새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지금 건망증이 심한건 그때 연탄 가스 냄새를 너무 많이 맡았기 때문이라고 얘기 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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