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딸과 연예인 얘기, 한심한가요?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2. 25. 13:17
반응형
제가 사춘기때 가장 즐겨 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학생들에게 한창 인기있던 '가요 톱10" 이 있었습니다.

조용필이라던가 이선희 이문세등등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주일을 지루하게 기다리곤 했지요. 
  
그러나 그 프로를 하는 시간에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말짱 꽝이었습니다.
음악이라고는 국악이 최고라고 여기시는 엄한 아버지께서는 가차 없이 채널을 '드르륵'돌리셨으니까요.

그런 슬픈(?) 기억이 있는 저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나의 아이들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내가 몰라서 나이차이를 느끼는건 어쩔 수 없다해도,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격의 없이 터놓고 지내는 것이 바램입니다.

그래서 가사가 도저히 귀에 안 들어 와도, (내가 해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프린터로 가사를 뽑아 달라고 해서, 음치라는 구박을 받아 가면서도 같이 부르고, 소녀 시대 춤을 프로처럼 추는 딸 아이를 따라 뻣뻣한 몸으로 마음만 웨이브인 춤을춘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이란 영화를 보고 영화 음악 cd를 사는 아이를 보고, 영화 채널에서 하길 목빼고 기다렸다가 일부러 챙겨 보고 아름다운 영화 음악과 내용을 서로 열변을 토해가면 공감하기도 했지요.




정규 시간에는 시청하지 않지만 딸 아이와 저는 다른 경로로 '꽃남'을 보고 있습니다.
첫 회부터 본 것도 아니고, 몇 회가 지나면서 딸 아이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저는 또 그런 딸 아이와 보조를 맞추려고 케이블 tv로 각자 보고 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꽃남'의 남자 출연자중 잘 생긴 사람이 누군인지 얘기가 나오다가 제가 제일 남자답게 생긴건 구준표(오로지 제 개인적인 생각 ^^) 라고 했더니 딸은 펄쩍 뛰더군요.
그래서 그럼 누구냐고, 엄마가 얼굴을 아는 사람 중에 얘기해보라고 하며 시끌 시끌 주고 받고 있었지요.
아무 말 안하고 옆에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참, 나....."
그런 주제로 대화하는 둘을 한심스러워 하는 느낌이 물씬 풍겼지요.


바로 반박을 한다는게 아이들도 옆에 있고 해서 그만 두긴 했지만, 어쩐지 예전의 아버지 모습을 보는 듯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15살 먹은 딸 아이와 이 나라 경제를 논하겠습니까, 방학 중인 아이한테 공부를 얘기할까요.
항상 연예인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얘기도 하고 같은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기도 하는데, 남편 듣기에는 아무 쓸모 없는 얘기로 들렸나 봅니다.
벌써 같은 내용을 두번 얘기하면 잔소리로 듣고, 학교에서 하는 공부 얘기를 집에서도 똑같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춘기 아이와 이런 얘기라도 하지 않으면 tv보는 시간뿐 아니라 하루의 절반이 대화 없이 지나게 될겁니다.


아이에게 오로지 앞으로 나갈 길만 가르쳐 주는게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엄마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가끔은 앉아 쉬며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다른 이도 바라보며 마음을 채우고, 그래야 미래를 위해 걸을때 더 힘차게 내 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편이 이 글을 본다면 다행이고, 못 봤다면 기회가 될때 얘기를 한 번 해보려 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