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 문방구에선 햄스터가 오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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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 되는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새 가방과 신주머니를 들고 가거나 1학년 귀여운 꼬맹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등 여러 가지로 알 수 있지만, 저 혼자 느끼는 새 학년이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지나가면 병아리 소리가 삐약삐약 나는 것이지요.   작은 상자에 담아 가는 것은 그래도 나은데, 간혹 검은 비닐 봉지에서 소리가 나면 마음이 복잡해 집니다.

저 초등학교 다닐때도 그런게 있었으니, 봄철 학교앞 문방구에서 병아리를 파는 것은 그 역사가 최소한 제 나이보다는 길 것 같습니다.
백원 이백원에 팔리길 기다리며 눈을 반쯤 감고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병아리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 없지요.

어제 저녁 8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에 누군가 문을 두르립니다.
알고 보니 앞집에 사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체육관을 다녀서 알고 있는 5학년 아이입니다.

아이가 온 이유를 정리하자면, 학교앞 문방구에서 오백원을 주고 햄스터를 샀는데 (요즘은 햄스터도 판다네요) 엄마가 나중에 알고는 동물을 진짜 싫어 하시는 분인지, 알레르기가 있으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못 키운다고 우리 집에 갔다 주라고 했다네요.
머뭇 머뭇하며 먹이는 문방구에서 판다고 알려줍니다.

냄새가 약간 난다고 들은 햄스터를 저도 좁은 우리집에서 키우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가 가져 온걸 다시 가져가랄 수도 없어 고맙다고 잘 키우겠다고 하며 받아놓았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요 녀석 귀엽네요.



톱밥 속으로 파고들기도 하고 앞 발을 들고 코를 벌름벌름하기도 합니다.
벌써 아이는 햄스터 집이 너무 작은거 아니냐는 둥, 먹이는 해바라기씨라고 들었다는 둥 신이 났습니다.

꼬물 꼬물 이 작고 귀여운 생명에게 오백원이란 금액은 어떻게 매겨진것일까요?
아무리 작아도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 몇 백원의 액수를 정해 팔고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도 설명할 길이 없고, 우선은 햄스터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플라스틱 우리에 이를 갈아 대길래 나무 젓가락을 잘라 넣어 주었더니 밤새 잘게 잘라 놓았더군요.

카메라 불빛에 놀랄까봐 조심하며 몇 장만 얼른 찍었습니다.
햄스터에 관한 자료를 찾아 새로운 집이며 먹이 등을 준비하기로 했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옛날 부터 업동이가 들어 오면 그 집이 잘 된다던데, 우리집도 햄스터가 들어 왔으니 좋은 일만 계속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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