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사랑한단 문자에 딸의 답은?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3.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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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딸아이가 2박 3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입니다.
그저께 아침, 바퀴 소리 드르륵 내며 가방을 끌고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질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네요.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 맛있게 해 주려고, 돼지 고기랑 손두부랑 사다 놓고 대기 중입니다.
금방 지은 밥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집에 오기 직전에 밥을 안치려고 합니다.

수학여행 첫날  오후부터 아이는 엄마에게 문자를  열심히 날려줍니다. ^^
여행하는 곳의 여러가지 상황과, 집에서는 잘 못 봤던 드라마 '꽃남'을 맘껏 보면서 중간 중간에 내용도 보내주고 하니 옆에서 남편은 샘이 나나 봅니다.
알고 보니 아빠에게는 문자는 커녕 전화 한통도 없었다네요.
사춘기가 살짝 오면서 자기 필요할때 빼고는 아빠한테 애교 떠는 일이  거의 없어, 평상시에도 남편은 잘 따르던 어린시절만 되돌아보며 서글퍼(?)했었거든요.


  


다음날 아이에게 아빠한테도 잘 놀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라고 했습니다.
딸아이의 문자를 받은 남편이 답장을 보내면서 마지막에, '사랑해, 울 딸' 하고 보냈더니
무뚝뚝한 우리 딸 답변은,
"응"
이랍니다.


최소한 '아빠, 나두 사랑해'라는 답변을 기대했던 남편의 실망은 안 봐도 알 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우습던지요.
아마 우리 딸, 아빠의 문자를 보고 "허억~" 했을 겁니다.

아빠들의 딸 사랑은 엄마의 사랑과는 다른 깊이와 색깔이 있는듯 합니다.

몇해 전 여름, 바닷가에서 중학생쯤 되는 딸이 수영을 하고 나오니 배 불룩하게 나온 중년의 (지금의 내 남편처럼)아빠가 얼른 뛰어가 수건을 어깨에 둘러주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비슷한 동지애를 느끼는 듯 하더군요.

적절한 비유가 될 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손을 베어 피가 나면 마음이 아프지만, 딸이 다쳐 피가 나면 아빠들은 마음은 물론이고 마치 자기 몸이 다친 것처럼 온몸으로 아파하는 듯 합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저 이모콘티 뒤에 빨간 하트 두세 개만 곁들여 주었어도, 아빠는 석달열흘 동안은 안 먹어도 배 불렀을 겁니다.



맨 위의 사진은 아이가 엄마에게 중계해준 현지 상황(^^)문자입니다.
남편이 샘 낼만도 하겠지요?

아이가 나중에 결혼할 때쯤 돼서 아빠의 사랑을 깨닫기 전까지는 아빠의 딸에 대한 외사랑은 쭉 이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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