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몇 살까지 어린이일까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5. 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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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푸른 벌판을..."
"엄마, 벌판 아닌데"
"달려라 냇물아, 푸른 하늘을..."
"????"
"냇물도 푸른 하늘을 달리고 싶을때가 있거든."
오늘 아침에 일이었습니다. ^^
매년 돌아오는 어린이 날인데, 올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습니다.
큰 아이가 15살이기 때문이지요.
'어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큰 것 아닌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보통 '어린이'는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라고 합니다.
생일이 1월이라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또래 친구보다 한 살 어린걸 감안하더라도, 이제 중 2가 됐으니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서로 어색하지요.


그래서 이제 어린이가 아니니, 올해 부터는 어린이날 선물을 안주려고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평상시에는
"엄만 아직도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줄 아나봐"
라는 소리를 잘 만 하더니,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니야, 올해 어린이날까지는 어린애야.  아직 중학교 2학년 밖에 안됐어.   외국 나이로 치면 13살이야."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댑니다.
"네가 외국사람이냐?   언제는 다 컸다며?"
"몰라 몰라, 어쨋든 아직 난 어린애야.   선물 줘."
도리질까지 해가며 어거지를 쓰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  네가 올해 5월 윤달이 껴서 엄마 생일이 두 번인걸 아직 모르는구나?'
못 이기는 척 어린이날 선물 해주고, 제 생일 선물을 두 번 다 받아 먹을까요? ^^

아이들이 성인이 됐음에도 어린이날에는 과자를 한 보따리씩 사서 안겨 준다는 분도 있고, 다 키워 놓으니 어린이날 선물 안 챙겨도 돼서  좋다는 분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선물 안 준다고 한 말 사실 농담이었습니다.
키도 제 아빠만큼이나 크고, 생각하는 것도 어느땐 이 엄마보다 나은것 같은 생각이 들만큼 커버린 딸이지만, 여전히 제 눈에는 6살 아이로만 보이니까요.
80살 넘은 엄마가 외출하는 60살 아들에게 차 조심하라고 걱정하시는 마음을 이제는 압니다.
아이가 이제 어린애 아니니, 어린이날 선물 주지말라고 먼저 말했다면 무척이나 서운할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를 생각할 만큼 아이가 컸다고 생각하니, 살짝 쓸쓸한 생각도 드네요.

딸, 네가 아무리 다 컸다고 생각해도 이 엄마 눈엔 영원히 어린애로 보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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