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생의 고단함을 빨래에서 배우다.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4.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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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많이 다정다감하지만(특별한 경우 빼고 ^^) 우리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는 포근함 그 자체랍니다.
엄마 힘들까 봐 배려도 많이 해 주고,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건네 주고....
무뚝뚝한 누나보다 더 섬세하기도 해서 어린 아이임에도 제가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아들에 대한 저의 사랑을 저의 남편은 가끔 대 놓고 질투하곤 하지요. ^^

아이가 체육관에서 돌아온 어느 날, 샤워하려고 들어가다가
"엄마, 엄마 힘드니까 내가 도복 빨까?"
합니다.
빨래를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고 2시간 정도 입은 거라 특별히 더러운 게 묻어 있을 것 같지도 않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속옷 차림으로 빨래를 시작했고 저는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코치해 주었습니다.

빨랫비누로 세탁을 잘못하면 마르고 나서 하얗게 비누 얼룩이 남게 될까 싶어 세제를 조금 풀고 도복을 담그라고 했어요.   바닥에 놓고 비비라고 했더니 손힘이 나보다 센지 아주 잘 하더라구요.


물을 몇 번 갈아가며 깨끗이 헹구고 있습니다.


헹굼물이 처음 받은 수돗물처럼 될 때까지 계속 했습니다.


대강 손으로 짜서 세탁기에 탈수까지 혼자 힘으로 했어요.


탈수 버튼은 누르기 전 세탁기 뚜껑을 덮어 놓고는 엎드려서 한참을 쉽니다.
"어우, 힘들어.   엄마는 어떻게 맨날 빨래를 해?"
"엄마는 누나 것까지 매일매일 하는데, 뭘.   힘들지?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단다, 아들아.   익숙해지면 힘이 덜 드는데, 그 과정이 고단한 거지."
"정말 그런가 봐, 엄마."
ㅎㅎ~ 빨래 하나에 제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나요?


탈수 다 된 도복도 엄마가 하던 데로 잘 마르게  옷걸이에 걸어놓았더군요.
기념으로 한 장 찍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장을 100포기씩 하던 겨울에, 처음으로 엄마를 도와 절여진 배추를 헹구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 저도 엄마에게 우리 아이가 내게 말했듯이,
"엄마, 김장하는 것도 정말 힘드네.   엄마는 매일 힘들었겠다."
했어요.
제가 한 이 말을 엄마는 며칠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하셨던 기억이납니다.
아마도 자식이 조금이나마 엄마의 수고를 알아주는 게 좋으셨나 봅니다.

지금 제가 꼭 그 마음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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