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다니는 아이, 오기 발동한 이야기

부지깽이와윤씨들|2009. 6.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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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다니는 15살 딸과, 초등 4학년인 11살 아들이 있습니다.
두 아이 모두,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체육관 외에 다른 학원은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는, 피아노는 제 생각에 어른이 돼도 잊어 버리지 않겠다 싶을 만큼 보낸 후 집에서 전자피아노를 치게 하고, 학원을 끊고 체육관만 다니고 있지요.

그런데 주위에서 보기에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지 않는게 상당히 이상한 일인가봅니다.
더구나 중학생 아이가 공부에 관한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일이, 어찌보면 부모가 관심이 없는것처럼 보이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그 흔한 국.영.수 학원은 커녕, 중학생 여자 아이가 체육관에 다닌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이들과 우리 부부가 의견을 맞춘 일들입니다.
9시 넘으면 비몽사몽인 큰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다니는게 싫다고 했고, 안 다니는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습니다.   체육관은 제 스스로 좋아서 다니고 있지요.

초등학교때부터 스스로 공부하던 습관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잘 해 내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되면 필요한 과목의 문제집을 사줍니다.
문제집에 연결되어 있는 사이트나 cd를 보며, 미리 다음 학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만큼 해둡니다.
학기중에는 예습과 복습을 하고 있구요.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요.

누나가 이렇게 하니, 동생도 집에서 푸는 문제집만으로도 잘하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 은근히 경쟁의식도 생겨서, 서로 더 잘하려고 하는 것도 어느 면에선 도움이 되는것도 같습니다.

지난번, 큰아이가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일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시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한 친구가, 자존심 강한 우리 아이를 슬쩍 건드렸던 겁니다.
"학원 안 다니는 애들은 평균 70점 넘기도 어려울걸."
순간, 우리 아이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오기가 발동했나 봅니다.
그 날, 그 이야기를 아이에게서 전해 듣고 저는 슬쩍 아이의 마음을 떠보았지요.  혹시 상처를 받았나 걱정도 됐구요.
"자존심 상했어?  학원 다니고 싶어졌니?"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더군요.
"아니~, 엄마는 내가 그런 말도 안되는 거에 자존심이 상할것 같애?   그냥 어이가 없을 뿐이지.   두고봐, 코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까"

정말로 다른 어느 때 시험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결과는 중학교 올라가서 본 시험중에 제일 잘 보았습니다.
오기를 발동시켜준 친구 덕분이지요.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건지, 얄밉다고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성적이 좋으니 그럴 수 있을 거라, 태평한 거라 주위에서 말하면 솔직히,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반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점수가 안나온다면, 아이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학원을 보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학원을 몇 군데씩 다녀 밤 12시가 돼야 집에 온다는 그 친구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을 보면, 반드시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 생깁니다.

학원 숙제를 반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수학여행이나 현장 학습을 다녀온 날에는 집에 늦게 도착해야 학원 안 간다며, 선생님께 천천히 가자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도 중 3이 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공부가 점점 어려워지면, 아이들 스스로 학원을 찾는다고 하니 그때는 우리 아이도 학원을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보낼 생각도 하고 있구요.
하지만, 여전히 학원에 대한 의문점은 있습니다. 특히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는요...


"어쨋든 친구야, 다음엔 그런말 하지 않을꺼지?"  
만약에 경제적인 이유로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아이가 들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니?
부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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