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복의 파랑새를 어디서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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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안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한 친구가 있습니다.   전화 통화는 했어도, 그것도 그리 자주는 못했지요.
그래도 그런 친구 있지요.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것 같은 친구, 구구절절 설명 없이도 지금 상황만 들어도 척 알아듣는 친구, 생각하지 않아도 때되면 배 고파지는 것처럼 문득 문득 떠오르는 친구, 남편에게도 안 하는 얘기를 마음 놓고 풀어 놓을 수 있는 친구....

며칠 전 비 오는 날, 그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원래 비 오는 날의 외출은  축축해서 싫어하지만, 그 날은 맑은 날 보다 더 기분 좋게 외출할 수 있었습니다.

반가운 만남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다음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낮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제법 많은 양이 되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오는데,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 아저씨의 전화가 울리네요.

"여보세요?"
(전화를 엿듣는 건 예의가 아니란건 알지만, 이 상황에선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지요.)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거는걸까?  (저, 별 걱정을 다 합니다. ^^;;)
"...응. 손님 모시고 가고 있지."
누구지?
"자라니까, 왜 안 자고 전화야."
혹시, 술 취한 친구인가?
"아들은 나갔어?"
뭐지?
"....그래, 비가 많이도 오네.   ......뭐 있는데?"
귀 쫑긋 ^^
"그만 들어 오라구?  ....족발?    OK!!!"
아하~ 집이구나.
"알았어, 이 손님만 내려 드리고 얼른 들어갈께.   ....알았어, 조심할께."

기사 아저씨, 저를 돌아 거울로 바라보시며
"집인데, 마누라가 소주하고 족발 준비했다고 비도 오니까 그만 들어 오라네요.  허허허.."
하십니다.
순간 저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져 나오는 걸 느꼈답니다.
"어머, 그러세요.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제가 이 맛에 삽니다.    허허허허"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잠깐 걸어가는 동안, 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시는 기사분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분의 얼굴에서 읽혀졌던 행복과 여유로움이 내 얼굴에도 나타나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자신이 없네요.
저는 남편에게 저런 전화를 걸어 본 적이 있던가, 반성도 되구요.
제가 만약 저런 전화를 남편에게 건다면, 기사 아저씨 못지 않게 행복해 할텐데 말입니다.

비 오는 날, 운전하는 남편이 걱정되 전화하는 아내와 그 전화에 행복해 하는 남편.
저는 택시 안에서 행복의 파랑새 수십마리를 본 듯합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저는 너무 먼 곳에서 너무 큰 행복을 바란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가끔 보고싶은 친구를 만나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들과, 아이들 보다 내가 우선이라는(빈말일지라도 ㅎㅎ)남편이 있잖아.
기사 아저씨의 행복과 내 행복이, 어느 평범한 가정의 행복이 합해지다보면, 우리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겠어?
이렇게 비 쏟아지는 밤에도 잘 곳이 없어 헤매이는 사람도 있을거고, 아픈 아이 옆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모도 있을텐데, 더 큰 걸 바란다면 욕심일거야.

아내와 정답게 족발과 소주를 드실 기사 아저씨 얼굴을 떠올리며, 우리집에 있을 파랑새들을 만나러 종종 걸음을 뛰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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