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뻐하는 내가 늦둥이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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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저는 아기들을 참 예뻐합니다. 
예쁘고 조금 안예쁘고는 상관없이, 침을 흘려도 예쁘고, 응가를 듬뿍해 놓아도 그대로 또 예쁩니다.

이렇게 모든 아가들을 다 예뻐하지만, 나이든 엄마 아빠가 늦둥이를 낳는 것은 결사 반대합니다.
물론 늦둥이를 낳으시는 분들도 각각의 사정이 있겠지요.
젊은 시절부터 여러번 시도끝에, 나이가 든 후에 어렵게 아이를 가지신 분들도 있을것이고, 아기들을 워낙 예뻐해서 낳으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결론은 늦둥이로 태어나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는 기쁨과 행복을 줄지 몰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좋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늦둥이가 자라고 부모가 나이들어가면서, 막내에 대한 부담아닌 부담은 자연히 먼저 낳은 자식에게로 옮겨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저의 친정 엄마는 여러명의(?) 딸을 낳으신 후에 막내로 저를 낳고, 제 밑으로 드디어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은 아이가 예뻐서는 아니고, 아들을 낳으시려고 늦둥이들(40넘어서도 셋을 낳으셨으므로)을 낳으시게 된거지요.
먼저 태어난 언니들은 젊은 엄마와 살아 보았겠지만, 제 위에 언니부터 나를 포함해 동생은 젊은 엄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를 마흔 넘어 낳으셨으니, 저와 여섯살 차이나는 제 동생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제 기억속에 엄마는 항상 할머니입니다.
반공 교육을 우선으로 받던 국민학교 시절에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전쟁나는 것과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으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처량맞은 어린 시절을 보낸것 같기도 합니다.
거의 언제나 몸 어느 부분인가가 아프셨고, 동네의 제 또래 아이들은 우리 엄마를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철없는 어린 시절엔 자주 오시지도 않았지만, 운동회날 엄마 아버지가 학교에 오시는 것도 싫었고, 젊은 엄마와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그러더군요.
언니나 오빠들은 엄마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우리 같은 막내들은 아픈 엄마만 기억하고 있으니 억울하다고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찍은 옛날 흑백 사진속에  엄마는 선글라스도 끼시고 건강하고 젊은  모습으로 언니들과 계십니다.   저의  엄마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은 한 보따리씩 있는 약과, 무릎과 허리에 붙어 있는 파스입니다.

제 휴대전화에 엄마의 집 전화번호가 뜨면서 울리면, 낮이건 밤이건 심장이 오그라듭니다.
혹시 엄마가 심하게 아프신건 아닌지,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전화를 받기 2,3초 동안 백만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 이 상태라도 좋으니 오래 오래 사시는 거지만, 늦둥이를 낳는 것은 결사 반대입니다.  
나이 든 엄마 아빠도 젊은 부모가 미처 주지 못하는 가르침을 줄 수도 있겠고, 환갑넘어서도 젊은 사람못지 않게 건강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젊은 엄마 아빠가 건강이 안 좋은 경우도 있을거구요.

늦둥이를 낳아서 좋은 일을 헤아려 본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백가지가 넘을 수도 있겠고, 젊은 부모가 나이든 부모보다 모자란점을 또한 백가지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 개인 적인 경험과 주위의 저와 비슷한 경우를 보면, 어쨋든 아이는 젊을때 낳는 것이 아이나 부모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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