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쇼핑몰에서 충격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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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봄의 밤 시간, 동생과 함께 우리 큰 아이 구경 시켜 준다고 동대문 쇼핑몰을 갔었어요.
차를 어디에 주차할지 몰라 빙빙 돌다 겨우 세우고, 거의 15분 정도를 걸어갔지요.
봄이라고해도 밤이라 겨울이나 마찬가지로 추워서 걸어서 도착할때쯤에는 온 몸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밤에 보니 휘황찬란하기가 그지 없었고, 집이었다면 잠자리에 들 그 시간에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딴 세상에 온 듯했습니다.
물건이 너무 많아 고르는 것도 힘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에 힘도 빠지고 정신도 빠지더군요.
겨우 필요한것 몇 가지를 사고, 동생의 옷을 고르기 위해 남성복을 파는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동생은 뒤에 쫓아 오고, 딸 아이와 팔장을 끼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막 걷기 시작하는데,  20대 초반의 남자 직원이 저에게 얘기 하네요.


"어머니, 구경 한 번 하세요!!!"

컥~~ 어머니라니, 다 큰 성인 남자가 저를 보고 어머니라는 겁니다!!
그 순간, 정말 영화에서처럼 다리가 휘청 꺽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엄마인건 맞지만, 그렇게 다 큰 남자에게서 어머니라는 말을 들으니 그 충격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위로 좀 받으려고 옆에서 다 듣고 있던 딸 아이에게
"어머 어머, 왠일이니. 어머니랜다.  저 아저씨가 엄마 보고 어머니래."
솔직 담백한 우리 딸
"그럼, 엄마가 엄마지."
합니다.
또 한 번 휘청~
뒤에 쫓아 오고 있는 동생에게
"야, 저 아.저.씨.가 나 보고 어머니래."
그 조카에 그 삼촌
"하하하, 그래?  어머니가 맞긴 맞지 ~"
대 못 박힌 제 가슴에 나사 못 까지 박아주고 있습니다. ㅜ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하소연했더니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위로 좀 해 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나남?)

사실 생각해 보면, 엄마라는 말을 처음 들은건 훨씬 전인 약 15년 전이었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산부인과에 처음 갔을때, 간호사 언니들이 보자 마자  '엄마'라고 불러 주더군요. ㅎ~
"엄마, 몸무게 좀 재 주세요."
"엄마, 혈압 좀 잴께요."
의사 선생님도 엄마, 엄마....
그때는 어색하긴 했어도, 엄마가 된다는 생각에 그 호칭마저 자랑스럽고 뿌듯했지요.

그 후로도 엄마라는 말은 호칭이 애매 할때나 아이들 옷을 사러 가거나 하면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엄마, 이 옷 어때요?   딸한테 딱 어울릴 것  같은데..."
같은 20대 초반이어도 언니(?)들이 부르는 엄마하고, 덩치 커다란 남자들이 부르는 어머니하고는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왜 이렇게도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지.....
나이 드신 분들이 마음은 청춘이라고 하시는게 남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
이런게 벌써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요?

내가 엄마인건 알겠는데, 젊은 언니들한테 듣는건 괜찮고 젊은 총각(^^)들 한테 듣는건 이렇게 복잡 미묘한 느낌을 가져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 머릿속에서도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젊어 보일려고 무지하게 애를 쓰는 것도 아니고,그렇게 부른다고 나이를 두 세살 한꺼번에 먹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자식이 아닌 다른 성인에게 어머니,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처음 불리울때 충격은 남자도 마찬가지인지 언젠가 어느 분의 글에서 아버지라고 처음 불리웠을때 충격을 쓴 글을 본 기억도 있습니다.

어쨋든, 그 때 그 총각!!
혹시 나를 다시 본 다면 절대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게.
듣는 어머니 아주 심란해 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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