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차,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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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제가 부부가 된 날은 1994년 4월 어느날 입니다.
햇수로 15년 하고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거지요.
한 두 번의 저 혼자의 의심은 있었지만, 그동안 내 남편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한 두번의 의심이라는 것도, 요즘 드라마가 하두 불륜에 관한 내용이 많은 지라, tv드라마를 안 보는 저도 인터넷만 켜면 드라마 내용이 나와서 내용을 읽어 본게 원인이었습니다.
드라마대로 본다면 요즘엔 바람 안 피는 부부가 하나도 없는것 처럼 보입니다.
그런 내용을 보면 괜히 '혹시 이 남자도? '하며 의심이 가게 되더군요.
며칠 도끼 눈을 하고 염탐(?)을 하다가 제풀에 흐지부지 되곤 한게 한 두번 되는 듯 합니다.
거의 100% 남자로서의 남편을 믿었던거지요.


사건의 발단은 저의 아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부터였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중 남편들의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 다고 자신있게 얘기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해 터진 아줌마가 된거지요.
사방에서 한 마디씩 해 댑니다.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네 남자가 아니다" 부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믿는 거냐" , "너는 너 자신에 대해 그렇게 자신 있느냐"....
평상시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로 공격을 당하자 당황스러워서 딱 부러지는 대답을 한 마디도 못했답니다.
결국에는 서로 깔깔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났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는다고 저는 영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지요.

지난 날중에 혹시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나 자꾸 되돌아 보며 색안경을 끼고 보니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갔던 일이 몇 가지 걸리는 겁니다.
휴대전화기가 왜 꺼져 있었냐고 하면 밧데리가 다 되서 그랬다고 했던것도 걸리고, 일하느라 평상시보다 늦게 들어 온것도 내 눈으로 본게 아니니 의심스럽고......

책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얘, 너네 남편 혹시...."하면서 바람잡는 거 많이 나오던데, 제가 딱 그 모양이 됐습니다.


자존심 상하게 바람피냐고 묻기도 창피해서 며칠을 혼자 끙끙 대다가 어느날 남편과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자기야, 내가 여러 모로 부족한건 알지만, 바람은 절대 안돼.   다른 건 한 두 번 용서한다고 해도 바람은 딱 한 번도 절대 안돼.   그건 결혼 생활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해.   알았지?  응?"
남편은 당연히 어이 없어 하고, 열심히 일하고 들어 온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의심한다고 화를 내더군요
남편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었겠지만, 저는 그렇게라도 제 생각을 이야기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습니다.


남편에게 저도 할 말이 있는 이유가 왠만하면 집에서 아이들과 있기를 바라는 남편의 마음도 그때의 제 마음과 비슷해서 아닐까요?
어느땐 남편에게"내가 눈에 띄게 예쁜것도 아니고, 나이 먹은 아줌만데 무슨 일이 생기겠냐"고 하면, 요샌 얼굴, 나이 안따진다고 저를 걱정(?) 해줍니다. ㅎ~~

요즘 다시 생각해 보면 아마 내가 당황하는게 재미있어서 그렇게들 더 놀린 듯 합니다.
남편이나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거든요.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하고 혼자 설레발 치게 만든 제 팔랑귀를 탓해야 겠지요.

그래도 그 일이 꼭 나쁘게만 작용한 건 아닌것이, 잠깐이라도 남편을 의심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편 앞이라고 너무 퍼져 있었던건 아닌지, 무신경하게 대한건 아닌지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았지만 말이지요. ^^

이번 사건으로 내린 결론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친구를 잘 두어야 한다'
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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