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함께 먹는 콩가루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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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음식 없으신가요?

가끔 코 끝에 슬쩍 냄새가 스쳐가는 음식, 어떤 맛과 형태의 음식이 떠오르긴 하는데 그것이 맞는 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 음식, 단지 어린 시절에 먹었었다는 이유 때문에 괜시리 목이 메이는 음식.

저에겐 이 세 가지가 다 포함되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음식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바로 엄마의 콩가루 주먹밥이지요.

어쩌다 머리와 코와 가슴에 떠오르면 슬픈 듯 그리운 듯 복잡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

얼마전 언니네 집에 놀러 갔는데, 봄에 캔 쑥과 찹쌀로 인절미를 만들고 있더군요.
제가 떡을 콩가루에 묻히면서 엄마가 혹시 주먹밥에도 묻혀서 주지 않았었냐고 무심히 물었더니, 언니가 그랬었지 하며 금방 주먹밥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그 순간  팔짝 뛰고 박수 치고, 저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습니다.
지금 보다 훨씬 젊은 엄마가 보였고, 지금 보다 훨씬 어린 코 찔찔이 부지깽이가 행복해 하며 콩가루 주먹밥을 먹고 있는  흑백 영화가 보였습니다.

추억의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목이 메이는 일입니다.

남은 콩가루를 싸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윤씨들에게도 맛을 보이고 싶었거든요. ^^
깨 빻은 날 먹을 수 있었던 깨소금 주먹밥과 인절미 만드는 날 먹는 콩가루 주먹밥입니다.

재료:  고소한 볶은 콩가루(방앗간 가면 팔아요), 볶은 깨, 밥, 소금 약간

그 옛날 울 엄마는 커다란 돌 절구에 쿵쿵 찌셨을 볶은깨를, 저는 결혼 할 때 엄마가 사 준 15년 된 작은 절구에 콩콩 찌었어요.   100% 대한민국표 참깨라 향이 참 좋았어요.

나중에 반찬 만들때 사용할 깨소금을 따로 덜어 내고, 주먹밥 만들만큼 남겨서 소금 조금 넣어 살짝 더 쪄요.
남은 콩가루를 보관할때는 냉동실에 넣지 말고 꽁꽁 묶어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빠른 시일내에 먹어요.


손에 물을 묻혀 가면서 주먹밥을 꽉꽉 눌러 뭉쳐요. (간간이 보이는 저 것은 아마도 보리쌀?)
깨소금과 콩가루에 굴려서 주먹밥을 만들어요.


어려웠던 시절이라 일부러 깨 빵고, 콩가루 만들어 주먹밥을 만들어 주시진 않았겠지요.
어쩌다 깨 빻는 날, 절구에 묻은 깨소금을 알뜰하게 먹느라 깨 주먹밥을 만드셨을 거고, 인절미 만든후  콩가루 묻은 쟁반에,  있는 밥 뭉쳐서 콩가루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을거예요.


그래도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까요?   많지 않은 양이었으니 아마 더 그랬을겁니다.


의외로 고향이 저~~ 남쪽인 남편도 먹어 봤다고 하네요.
주먹밥을 뭉쳐서 만든건 아니고, 콩가루에 밥 비비듯이 비벼서 먹었다고 해요.


추억이 슬프고도 행복한건, 다시 되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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