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화장품 몰래 쓴 딸, 소문낸다고 했더니....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2. 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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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외출한 저에게 방학이라 집에 있던 딸이 전화 했습니다.
"엄마, 낼모레 내 생일이라고 OO이 선물 준다고 만나재. 나가도 돼?"
방학 중에 꼼짝도 안 하고 집에만 있던 아이라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라고 흔쾌히 허락을 했습니다.
두 시간쯤 뒤에 집에 막 들어가는데 그때야 나가는 딸과 딱 마주쳤습니다.

"이제 나가?  잘 놀다 와."
엄마의 느낌이란 참 대단하지요.
눈도 안 마주치고 대답하며 신발을 신고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가 수상(?)해서
"**야!!!  엄마 한 번 쳐다봐."
했더니, 고개를  만 돌리고
"응?"
하는 딸의 얼굴이 뽀얗게 광채가 나고 있었습니다.
순간 모든 일이 파악됐지요.
엄마가 없는 새에 엄마의 비비 크림을 슬쩍 바르고 나가려고 했는데, 운 없게도 엄마와 마주친 겁니다.
(비비 크림이란 얼굴의 모든 잡티를 가려 준다는, 한마디로 뽀얗게 만들어 주는 화장품입니다.)
 
그 나이 때 그 좋은 피부에 비비 크림을 발랐으니, 우리 딸이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아이 뒤에서 오로라가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

외출 할 때는 물론이고  등교 할때도  선크림과 비비 크림은 기본으로 바르는 요즘 아이들인지라, 중 3이 되는 우리 아이는 조금 늦게 시작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선크림은 항상 바르고 다니고 있는데, 비비 크림은 처음이었습니다.
너무 눈에 띄지 않는다면 학교에서도 대강 넘어가 주는 걸로 알고 있고요.
외모에 한참 신경 쓸 나이인 것도 알고, 나도 그랬기에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학교생활이나 집에서도 반듯한 아이이기에 더욱 마음을 놓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저녁, 돌아온 아이에게 바를 때 너무 하얗게 바르지 말고 얼굴과 목의 경계선이 생기지 않게 잘 펴 바르라고 알려 줬습니다.    학교 갈 땐 절대 안된다는 얘기도 했고요.
우스갯소리로 엄마 화장품 몰래 발랐다고 소문낸다고 했더니 하지 말랍니다.
자기가  안 좋은 소리 들을까 봐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더니, 딸의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저는 뒤로 넘어가고 말았답니다.
"엄마, 요즘 비비 크림 없는 애들이 어디 있어.  화장품 하나 사주지 않아서 딸이 엄마 거 몰래 바르게 하는 엄마라고 뭐라고 할 걸? "
"너한테 뭐라고 할까봐 그게 걱정되는 게 아니라, 이 엄마 탓 할까 봐 그러는 거라고? 와, 정말 어이없다."

딸도 말을 해 놓고는 웃음이 났는지 우리는 한참을 마주 보고 깔깔 댔습니다.

어느새 커서 엄마의 화장품을 같이 쓰는 우리 딸이 너무 대견하고, 2.6kg로밖에 낳아 주지 못했어도 혼자 힘으로 170cm이 훌쩍 넘게 쑥쑥 잘 자라주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따알, 엄마가 무지 많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거 알고 있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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