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일요일, 한 끼 책임진 딸의 고추장 볶음밥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2.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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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았던 일요일인 어제, 제가 외출을 하는 바람에 엄마 없이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사실 오후 2-3시 즈음에 오랜만에 횟집에 가기로 식구들과 약속하고 일을 보러 저 먼저 나갔는데,  그때까지 못 기다리고 딸이 점심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횟집에서 딸이 아빠도 맛있다고 했다고 자랑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엄마에게도 자랑이 무척 하고 싶었나 봅니다.   아니면 또 먹고 싶어졌던지도요. ^^
오늘 점심에도 어제와 똑같이 만들어 주어서 저도 맛을 보았답니다.

대부분 고추장을 넣을 땐 그냥 비벼서 먹거나, 볶음밥을 만든다고 하면 채소만 넣고 볶는데, 우리 딸은 두 가지를 다 했네요.

재료;  밥, 햄, 양파, 당근, 새우, 고추장, 참기름, 포도씨유, 달걀, 소금 조금

제가 하는 걸 본건지, 가정 시간에 배운건지 햄은 잘게 다져서 끓는 물을 부어 데쳐 냈어요. (호호, 기특한 것...) 


눈물 줄줄 흐르는 눈을 창 밖에 바람 쐬 가며 양파도 잘게 썰었구요, 당근과 새우도 다졌어요.
밥을 양푼에 담아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골고루 비비는 군요.
이 때문인지 밥알이 알알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요.^^  간도 골고루 배었구요.
달걀은 소금으로 간 해서 스크램블로 만들었습니다.


빛의 속도로 채소를 볶는 우리 딸의 손!
반찬은 제가 꺼냈습니다.
소금 간 해서 볶은 채소와 새우에 비벼 놓은 밥을 넣고 골고루 볶다가 달걀을 마저 넣고 마무리합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게 제법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밥알이 고슬고슬 살아 있는게 보입니다.


매운 걸 잘 못먹는 작은 아이가 조금 걱정이 됐는데,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는데도 맛있게 이 한 접시를 다 비워서 많이 컸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답니다.


"설거지도 할 꺼지?" 라는 말에 한 입 가득 우물 거리며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 덕에 설거지가 제 차지가 됐긴 했지만, 맛있고 행복한 점심을 먹여 줘서 용서(?)하기로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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