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딸, 아빠가 이상형인 아주 현실적인 이유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4.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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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그 나이쯤의 남자 아이보다 더 무뚝뚝합니다.
학교나 친구 이야기 등을 할 때는 안 그러는데,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야말로 '리액션'이 거의 없거나 말이 짧지요.

"OK" 거나   "NO"  혹은 어깨 들썩이는게 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남편은 그런 딸 아이의 눈길 한 번 받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답니다.
그래도 안 봐 주면 

" OO야, 아빠 한번 쳐다 봐주라, 응?"

대 놓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 딸 아이의 이상형이 아빠라는 건 참 의외였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김장철에 시골에서 김치를 보내 주셨는데, 남편이 퇴근 후에 김치통에 옮겨 담고 뒷마무리까지 다 하는 걸 본 딸이 하는 말

"난 이다음에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할 거야."

뜬금없는 말에 이유를 물으니
"엄마가 힘든 일은 아빠가 다 해 주잖아."

그때는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고 웃으며 넘겼는데, 며칠 전에 아이가 또 그 말을 하는 거예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날이었어요.
(아마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차리는데, 남편이 국도 뜨고 밥도 푸고 했을 거예요.)

"엄마, 난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할 거야."

평소에 감성보다 이성이 더 강한 아빠한테 약간의 불만이 있던 아이였는지라,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왜?"
남편과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물어봤지요.

"음.....  일단 잘생겼고."
"푸하하하하" 

남편의 행복한 웃음소리 입니다.

"그리고 설거지도 잘 해주고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위해 주잖아."

우리 남편 몸무게가 조금만 덜 나갔었으면 아마 붕붕 떠다녔을 거예요.

저도 기분이 좋았는데, 남편은 오죽했을까요.

"난 이다음에 엄청 바쁠 건데(이건 아마도 열심히 살 거라는 말이겠지요?), 아빠처럼 집안일을 나누어 하는 남자를 만나야지.   난 꼭 아빠 같은 사람 만날 거야."

뭐, 이상형인 이유가 아주 현실적이어서 약간 서운한 감도 있긴 하지만 세상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사춘기 딸아이가 어떤 이유로든 아빠를 훗날 남편감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삼아 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 부부에겐 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딸아,

이제야 말인데, 아빠 같은 남자 만나기가 쉬운 줄 아니?

엄마 자랑은 아닌데 예전에 어느 분이 그러더라, 엄마가 전생에 이 세계를 구했나 보다구.  그래서 현생에 아빠 같은 남편을 만난 것 같다구.

호호호호.

약 올리는 건 아닌데, 열심히 노력은 해 봐라, 혹시 비슷한 남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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