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중국집은 지금 그릇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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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네 중국집들은 엉뚱하게도 그릇 전쟁이 벌어졌어요.
손님을 끌기 위한 맛 전쟁이 아니라, 지저분하게도 먹고 난 후의 그릇 때문에 일어난 전쟁입니다.

몇 달 전에 어느 날,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얌전히 싸서 문 옆에 두었는데, 한 참 뒤 그릇을 가지러 오신 분이 그릇을 안 내놓았냐며 물어보시는 거에요.
깜짝 놀라 문 옆에 두었다고 하니, 또 없어졌다며 혼잣말을 하십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얼마 전 부터 먹고 내놓은 그릇이 자기네 식당 것도 아닌데, 무조건 보이는 대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써 몇 개째 잃어버리셨다구요.

참 황당했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이 얼마나 한다고 남의 식당 그릇까지 가져가는 건지, 깨끗한 새것도 아니고 (내가 먹은 그릇이라도 먹고 나면 지저분하게 보이는데), 음식 찌꺼기 남아 있는 남의 그릇을 양심과 바꿔서 가져가다니요.

그분 말씀을 몸소 체험(?)한 경우도 있었어요.
두 달쯤 전인가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엄마 집이 있는데, 엄마 집에 싱크대 교체 작업을 하던 날, 일하시는 분과 점심으로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다 먹고 현관문 옆 계단에 빈 그릇을 올려놓았고, 작업 중이라 현관문은 계속 열려 있었지요.

한 참 후 음식을 가져오신 분이 오시더니, 그릇 안 내놓았냐며 물어보시네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안에 사람이 계속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네 식당 그릇이야 그릇에 이름이 쓰여 있기도 하고 척 보면 알 텐데 눈치 보며 집어 갈 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그릇인지.



잠시 생각해 보면 그 식당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는 직원이라면 혹시 헛갈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럴 땐 배달된 주소를 확인 한다든지 해서 조금만 신경 쓰면 같은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은 없을겁니다.  
씁쓸하게도 헛갈려서 한 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닌 게 확실한 건, 우리가 배달시키는 곳이 여러 곳인데도 음식을 가져오시는 분들마다 그릇 좀 잘 챙겨 두시라고 하는 말씀들을 빠트리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누군가 맛있다고 추천한 중국집에 짜장 2개와 탕수육, 짬뽕을 주문했는데, 그릇에 쓰여 있는 가게 이름이 세 가지가 되더군요.
어차피 남이 먹던 그릇을 깨끗이 씻어 다시 담아 온다는 건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걸 보는 순간 약간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 중국집 사장님이 가게 이름을 세 번이나 바꾸신 걸 수도 있을까요? 제가 너무 속 좁게 군걸까요?

이젠 중국집 메뉴 고르는 일보다 먹고 난 후 그릇 지키는 일이 더 신경 쓰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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