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각서를 받아야만 했던 억울한 엄마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8. 17. 11:34
반응형
식사하는 중간에도 다음 끼니때는 어떤 것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작은 아이.
크느라 그러는지 정말 다 먹고 숟갈 내려놓으면서 배고프다 할 지경입니다.
얼마 전엔 반쯤 먹다가 아주 진지하게, 음식이 줄어 드는 게 안타깝다고 말을 하더군요. ㅜㅜ


잘 못 먹고 자란 어린 시절 아픔이 있는 남편과 다른 물질적인 건 아주 풍족하게 못 해 줘도 먹고 싶어 하는 것만큼은 궁하지 않게 해 주고 싶은 저의 생각 덕분에 원하는 먹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먹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해서 가끔 외식도 하고 집에서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먹는 횟수를 조절하며 먹이고 있는데, 그때마다 먹는 양이 부족하지 않게 넉넉하게 준비하지요.
그런데 작은 녀석, 배불러 수저를 내려놓고 저만큼 앉았다가 잠시 후에 다시 와서 배부른 상태로 마무리로 몇 점을 더 먹고 배 쓰다듬으며 흐뭇한 얼굴이 되는 게 정해진 순서였는데, 가끔 이 녀석 하는 말이
"배 터지게 고기 한 번 먹었으면 좋겠네."
인 겁니다.

남편과 나, 딸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지요.
어느 땐 4살 터울 누나 (얘도 배고플 때 맘먹고 먹기 시작하면 무지하게 많이 먹는) 보다 더 많이 먹는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생전 고기도 안 사주는 부모로 오해하기 십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고기를 먹을 때 마다 배부르냐고 확인을 하면 그때는 또 배부르다고 대답해 놓고는 며칠 지나면 또 저 소리를 해서 엄마 아빠를 억울하게 만들기를 몇 번.
아무리 엄마라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제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지요.
아이에게 자필 각서를 받기로 한 겁니다.

방학도 끝나가고 새로운 계절도 다가오니 가족 모두 화이팅 하자는 의미로 갈비집에서 외식을 한 후, 집에 돌아와서 각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각서를 고이 액자에 끼워 걸어 두었다가 이제 또 딴 소리하면 저 각서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ㅎㅎ 이제 녀석도 배불렀던 기억을 잊지는 않겠지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