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서 혹은 못 받아서 슬픈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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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고 지내려고 애쓰진 않지만, 몇 년 전부터 저의 나이가 헷갈립니다.
누가 물어보면 얼른 생각나지 않는 일도 있고요.

저는 나이를 얼른얼른 먹어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기 때문에(^^), 가끔 세월이 빨리 가는 게 아쉽긴 해도 나이 먹는 게 꼭 싫지는 않습니다.

그렇긴 해도 나도 잊고 지내는 내 나이를 주위에서 일깨워주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아줌마,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딸이 있는 아줌마랍니다. 정신 차리세요."
말로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이 말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입니다.

이제는 상큼 발랄한 나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둘째 아이 낳고서랍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말 저녁에 나이트 장(지금도 이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이나 호프집 등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걸으면, 나이트 장에서 나온 웨이터 오뽜들이(^^) 명함을 나누어줍니다.
그 나이트 장으로 놀러 와서 자기를 찾으라는 거지요.
아가씨 때는 물론이고 둘째를 갖기 전까지는 그런 거리를 걸으면, 오뽜들이 쫓아 오면서 명함을 주었답니다.
남들 얘기로는 제가 어려 보인다나요. ㅎㅎㅎㅎㅎ

우찌됐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그 길을 아무리 걸어 다녀도 명함을 안 주더군요. ㅜ
받기 귀찮아 뛰다시피 한 시절도 있었건만, 어느 순간 눈이 마주쳐도 받을 수 없었다는..... ㅜ

한여름 화톳불도 쬐다 안 쬐면 허전하다고 하더니, 주다가 안주니 내 나이가 어떻게 됐더라 하고 저절로 헤아려 보게 됐습니다.

 




반대로 받아서 슬픈 것도 있습니다.

얼마 전 한가한 일요일.
화장품도 사고 장도 볼 겸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주중에는 매일 화장을 하는지라, 특별한 일 아니면 일요일에는 기초화장만 바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져서 보습 제품만 쓰고 있는데, 그날은 날씨가 건조해진 것 같아 초 보습기초화장에 역시 초 보습 에센스, 주름방지 크림, 영양크림, 선크림까지 완전 축축(^^)하게 발라주었습니다.


화장품 판매장에 가서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샀더니, 샘플 몇 가지를 챙겨 주며 직원분이 하시는 말씀
"언니는 피부가 정말 건조하네요. 이거 보습 제품이거든요. 바르면 온종일 촉촉해요. 써보시고 효과 있으면 구입하세요."
띠리리~~

우씨!
"저 완전 초 보습 제품으로만 떡칠하고 나왔거든요."

남편은 화장품 팔려고 하는 얘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가슴속에 피 멍들어 왔답니다. ㅜ

내 나이 또래면 대부분 건조해지니까 직원분이 넘겨 짚고 말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잔뜩 바르고 나갔는데도 20여 분 만에 눈에 띄게 건조해진 건지, 바삭바삭 말라서 떨어지는 낙엽이 마치 제 피부같이 보일 지경이었답니다.

집에 돌아와 요즘 모아 두었던 화장품 샘플들을 대충 몇 가지 꺼내 보았습니다.
이런~ 모두 보습 제품들이었군요.
굳이 내가 말 안 했어도, 화장품 판매장 직원분들은 아셨나 봅니다.

"아줌마,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딸이 있는 아줌마랍니다. 정신 차리세요."


p.s.; 옛날에는 멋진 남자 연예인이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잘생긴 남자들을 보면, 나와 엮일 가능성은 0%이지만 괜스레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지금은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릅니다.
"오호~ 저런 사윗감이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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