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물, 항상 약이 될까?

반응형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작은 아이와 남한산성에 다녀왔습니다.
그전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갔는데, 일주일 새에 더욱 가을이 깊어졌네요.
앞 주에는 약사사에 다녀왔기에 이번 주에는 남문으로 가기로 하고, 은행동 쪽에서 하차해서 올라갔습니다.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올라가다가, '백련사'라는 조그마한 절 옆에 있는 약수터에 의자가 있기에 잠깐 쉬기로 하고 앉았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앉아 있으니, 정면으로 약수터가 보입니다.
몇 몇 분은 마른 목을 축이고, 작은 병에 물을 받아 가시기도 하시네요.


무심결에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을 보니, 에구머니나 '부적합'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일정한 기간마다 수질 검사를 해서 수질이 좋으면 '적합', 좋지 않으면 '부적합'이라고 써 놓는 것 같던데, 이번엔 수질이 좋지 않았나 봅니다.

잠시 앉아 있는 동안 자세히 보니, 간혹 안내문을 흘낏 보신 것 같은데도 '부적합'이라는 낱말을 못 보셨는지, 보고도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물을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안내문 쪽엔 눈길도 안 주고 물을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정기적인 수질 검사가 있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아마 그냥 드시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약수터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분 중에
"어? 저거 마시지 말라고 써 있는데, 마시네."
하고 일행 중 한 분에게 이야기하니
"아마 안내문을 못 봤을 거야."
대답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적합'이라는 안내문이 써 있음에도 물을 마시는 분들을 대부분이 연세 드신 분들이시네요.
주위에 연세 드신 분들 보면 어린아이들이 바로 옆에 놓고도 물건을 못 찾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십니다.
그리고 옛날 생각만 하시고 약수터 물은 당연히 좋은 줄로만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마시면 안 된다는 팻말을 물이 나오는 바로 위에 달아 놓으면 되지 않을까.
한눈에 쏙 들어 올 텐데요.
약수가 잘 못하면 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계속 올라가며 보니 '폐쇄'라고 써 있는 곳도 있는데, 꽤 오래 전부터 이 상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물 마시는 바가지가 항상 갖춰져 있더군요.

 

마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마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