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인 먹을 수 없는 20분 만에 만든 잡채 ㅜ

전통음식별미/별미별식|2010. 11. 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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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5분에서 10분 사이가 제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에요.
겉옷도 벗기 전에 냄비에 물 올리고 당면을 넣어서 불을 켭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아이가 저녁에 잡채를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저도 문득 시금치 많이 들어간 잡채가 먹고 싶어졌거든요.
이렇게 서둘러 만들어야 하는 슬픈 사연이 있답니다.

지난여름이 최고 정점이었던 남편과의 늦은 밤 술자리.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맥주를 마셨으니, 아무리 안주로 땅콩과 쥐포를 먹는다고 해도, 남편이 맥주 사오며 아이들 먹으라고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 가지고 오니, 어쩌다 보면 아이들과 같이 떠먹는 저를 발견하기도 하고, 찌개나 반찬(남편의 저녁 식사)을 몇 번 떠먹게도 됩니다.
게다가 술을 어느 정도 마시게 되면 왜 그리도 밥이 맛있는지요.
낮에 고생고생해서 먹는 걸 참았다가, 늦은 밤 술자리 한 번에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운동도 걷는 거 외에는 하지 않는데다가, 나잇살이라고 하는 복병에 늦은 시간 음주.
배가 슬슬 나오는 걸 느꼈기에 야무지게 마음먹었거든요.
저녁 6시 이후에는 음식 섭취 금지!!

이런 이유로, 며칠 잘 참은 저에게 상을 주는 셈 치고 (아이가 원한다는 핑계로.. ㅎ) 잡채를 조금만 먹기로 했거든요.
당연히 오늘 잡채 요리의 최대 목표는 최대한 빨리 만들어 얼른 먹는다는 것입니다.

20분 안에 3인분 잡채를 초초스피드로 만들었던 그 날을 기억하며.... ^^

재료;   당면, 시금치, 버섯, 양파, 당근, 참기름, 간장, 설탕, 깨소금, 후추, 소금 조금

자, 지금 시간이 오후 6시 10분입니다. 출발~~~


어차피 한참 끓어야 하는거라 저는 처음부터 당면과 물을 넣고 가스불을 켭니다.
겉 옷 벗고, 손 씻고 앞 치마 두르는 동안 끓기 시작하고 있어요.


시금치 다듬어 두어번 씻고, 버섯도 물에 한 번 헹구어 소금 뿌려 절여 놓아요. 중간중간 당면이 잘 익고 있나 확인해요.

 


당근과 양파 채 썰어요. 당근과 양파, 버섯을 같이 볶을거니까 큰 팬을 준비해서 기름 조금만 둘러 세 가지를 세 군데에 나누어 올려 볶아요. 함께 섞어 볶으면 각각의 맛이 한데 섞여 잡채 맛이 떨어져요.
참 참, 버섯은 꽉 짜고, 당근과 양파에는 소금간 조금씩.


채소를 볶는 동안 당면이 다 익었어요. 가스불을 줄이고 체에 수돗물을 틀어 놓고, 철로 된 걸름망을 이용해서 당면만 건져서 체에 담아 찬 물로 샤워시켜 물기를 빼 놓아요. 가스불을 다시 키워 소금 조금 넣고,  씻어 놓은 시금치를 넣어 휘휘 저어 얼른 꺼내 찬 물에 여러번 헹구어 꼭 짜요.



어이쿠, 벌써 25분이 됐습니다. 큰 양푼에 물기 빠진 당면을 담고 볶아진 채소들이랑 시금치, 간장, 설탕, 후추, 깨소금 넣고 골고루 무쳐서 접시에 담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 한 번에 간을 맞춰야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헥헥헥~ 6시 28분입니다. 정확히 18분 걸렸어요.





20분만에 만들어진 잡채치고는 꽤 근사하지 않나요?  ^^



빨리 만들어 먹었기에, 그 날밤 잠들면서 오늘도 뱃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뿌듯한 맘을 안고 잠들었답니다. ^^;;


생각해보면 눈물없인 먹을 수 없는 잡채이기도 해요.
한 번 나오면 절대 들어 가지 않는 이 놈의 뱃살, 그래도 먹고 살아 보겠다고 눈썹 휘날리며 만들었습니다. ㅠ


다음 생애가 있다면, 밤 12시에 잡채 먹어도 배 나오지 않는 그런 '뇨자'로 태어 나고 싶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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