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 케이크, 이렇게 만들면 도로아미타불 된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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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귤 속껍질 벗기느라, 손가락 끝이 엉망이 됐어요. 오늘 결혼식장 가야 하는데, 우씨...
그래도 맛있는 밥통 귤 케이크를 만들 생각에 괜찮았습니다.
귤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귤 한알 한알을 벗기다 보니 30분은 그냥 지났어요.
집중하느라 두 다리에 힘 딱 주고 서서 했더니, 나중에는 다리와 허리가 뻣뻣하더군요.
그래도 먹음직한 케이크를 상상하며 참았습니다.
그.런.데 !!
마지막 한 가지, 아주 사소한 걸 빼 먹는 바람에 '귤 알맹이가 알알이 살아 있는' 케이크가 아니라 '귤 범벅이'가 됐답니다. ㅠㅠ

'알맹이가 알알이 살아 있는 귤 케이크'가 '귤 범벅이'가 된 사연...

재료;   귤, 핫케이크가루, 우유나 생수, 달걀, 버터나 올리브유 혹은 포도씨유

귤 알맹이의 가운데 부분을 사진처럼 갈라서 양 쪽 껍질을 벗겨요. 바깥쪽의 껍질은 굳이 벗기지 않아도 되고, 가운데 부분을 자를때 가위를 사용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사용한 양은 중간 크기의 귤 6개와 초코 핫케이크 가루 250g 입니다.


속 껍질까지 벗긴 귤의 3분의 2를 믹서기에 갈거나, 저 처럼 고운체에 으깨서 걸러요. 우리집 믹서가 커서 귤 조금 갈자고 꺼내기가 번거로웠거든요. 130g 정도의 우유나 물이 필요하니까, 귤 즙이 그만큼이 안 나오면 나머지는 우유나 물로 채우고 달걀과 잘 섞어요. 케이크 가루 넣고 덩어리 없이 잘 푼후에, 나머지 귤을 식가위로 대충 잘라 잽싸게 섞어요.

 

밥통에 반죽을 붓고, 만능찜 기능에서 40분 구워요.

잠깐!! 눈치 채셨나요?
'귤 범벅이'가 만들어졌던 결정적인 실수!
그렇지요. 반죽을 붓기 전에 밥통에 버터나 올리브유등의 기름을 살짝 발라 주어야 하는데, 깜빡한거지요. ㅜㅜ
주저 없이, 한 번에, 알뜰 주걱으로 싹싹 긁어 밥솥에 붓고 힘차게 뚜껑을 덮었다는 거지요.



보온에 불이 들어 온 후, 기대와 설레임으로 내솥을 꺼내 접시 위에서 거꾸로 뒤집었는데..
헉~스.
케이크가 떨어 지지 않는거에요.
이상하다, 전에는 이렇게 휙 뒤집으면 '톡'떨어 졌는데.
밥솥을 뒤집은 채로 앞 뒤로 흔들어도 꿈쩍도 않네요.

그때서야 깨달은 거지요.

어쩔수 없이 알뜰 주걱으로 케이크 가장자리를 살살 떼어 내고 쏟았습니다.


바닥까지는 주걱이 안 들어가서 억지로 흔들어 떼어냈더니 누룽지처럼 케이크가 눌러 붙어 케이크 바닥이 너덜너덜해요.
케이크 누룽지, 구경 한 번 해 보세요.


으앙~
이게 뭐냐구요.
동그랗고 예쁜 '귤 알맹이가 알알이 살아 있는 케이크'를 상상했건만, 사소한 한 가지를 잊는 바람에 엉망진창이 되버렸어요.


다행히 맛은 원하는대로 나왔지만, 영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다음부턴 절대 잊지 않겠지'
스스로 위로하며 한 덩어리 푹 찍어 커피와 함께 먹습니다.

좋은 주말, 행복한 주말,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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