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수록 줄어 드는 게 원통한 묵은지 닭볶음탕

밑반찬술안주|2010. 11. 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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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제대로 춥군요.
추운 날씨 엄청 싫어하지만,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어요.
바로 뜨거운 국이나 찌개 하나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다는. ^^

머리털 나고 시험 삼아 조금 담가 본 갓 김치가 맛있다고 남편분께서 어찌나 칭찬해 주시던지, 두 번째 담근다고 첫 번째 담근 것과 맛이 똑같으리라는 보장도 없음시롱 씩씩하게 슈퍼에 갔습니다.

들어가면서 귀에 팍 꽂히는 스피커 소리.
"**닭이 4천9백 원, 4천9백 원입니다."

오냐, 오늘 저녁 닭, 너를 맛있게 요리해 주마, 음하하하

이 닭볶음탕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푸욱 묵은 김치를 넣었고, 저 혼자 힘으로 담가 놓았던 집 고추장을 처음으로 사용했답니다.

재료;  닭, 감자, 깻잎, 양파, 파, 생강, 마늘, 집 고추장, 표고버섯가루, 맛술, 후추, 고춧가루, 설탕 약간

닭은 껍질을 대충 벗기고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넉넉하게 물을 붓고 한 번 데쳐 낸 후, 다시 씻어 둡니다.
감자는 반 토막, 양파는 굵게 채 썰고, 대파는 10cm길이로 뚝, 깻잎은 굵게 잘라 준비해요.



요거이 거의 이틀을 물에 잠겨 있던 우리 형님표 묵은지 입니다.
물을 자박하게 부어 담가 둔 것이라, 싱거울 정도로 맛이 빠지진 않아요.
아무데나 넣어 먹어도 맛이 기똥찬 마법의 형님표 묵은지입니다.
"성님~ 잘 먹고 있당게요.^^"


국물을 적당하게 잡고 깻잎 전부와 잘라 놓은 양파와 대파의 반만 제외 한 채소들과 준비한 양념들, 닭을 몽땅 넣고 폭폭 끓여요.
혼자 힘으로 담근 고추장을 사용하려니, 맛이 어떨지 조마조마 두근두근합니다.


거의 다 익었을때, 남겨 두었던 양파, 대파 깻잎을 넣고 슬쩍 익혀 냅니다.





자 자, 보이시나요?
기름기 좔좔 흐르는 저 묵은지의 요염한 자태가.


닭볶음탕의 핵심이라는 닭 보다도, 2인자라는 감자 보다도 묵은지가 더 먼저 눈에 들어 옵니다.
묵은지가 아주 잘 물러서 몇 번 씹지 않아도 넘어가 버리는, 그래도 그 여운은 계속 남는 환상의 묵은지 닭볶음탕.

 

김치를 많이 넣었는데도, 젓가락 몇 번에 사라진 묵은지.
남편 보다 씹는 속도가 느린 제 턱이 원망스럽기만합니다. ㅜ


이슬이가 빠질 수 없는, 훈훈한 밥상이었습니다. ^^


낮 동안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맛있는 묵은지 닭볶음탕으로 위로해 봅시다!! ^^

 


하늘님이 보우하사 고추장맛이 그런대로 괜찮아서 참 다행입니다.
기고만장해진 부지깽이, 된장도 한 번 담가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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