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아이 앞에 부끄러운 엄마가 되다

부지깽이와윤씨들|2010. 11. 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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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나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끔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사소한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큰 대형 할인점은 아니어도, 동네 슈퍼의 규모보다는 큰 할인점에 가게 됐습니다.
계산하는 곳 옆에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서 들어가는데, 계산 중인 한 분이 보였습니다.
물건을 카트에서 꺼내 놓고 가방에서 가져온 장바구니를 꺼내는데, 둘둘 말려 있어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다른 대형 할인점인 A-마트의 가방이었습니다.
가방을 제대로 펴면 꽤 큰 크기인데, 그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서 빨래 널듯이 한 번 탁 털어 가방을 편 후 계산된 물건을 담으시더군요. 제 눈에는 좀 민망해 보였습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행동을 자제해 준다는 건 작은 예의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 가게에 오신 손님이 같은 업종의 다른 가게의 쇼핑백을 들고 들어 온다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얼마 전 그 마트 건너편에 A-마트가 문을 열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걸 근처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든요.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겠지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상품권이 생겨서 생전 갈 일이 없는, 집과는 많이 떨어진 곳에 있는 B-마트에 바람 쐴 겸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이와 저, 운전기사인 남편이 같이 갔습니다.

상품권 금액에 맞춰 아이와 대충 계산을 해 가며 물건을 골랐습니다.
남편이 계산하는 동안, 저는 얼른 물건을 담을 생각으로 계산대 앞에서 집에서 준비해간 장바구니를 꺼냈습니다.
그제서야 A-마트의 가방을 가져온 걸 알았습니다.
얼마 전 그분이 생각나면서 잠깐 망설여졌지만, 그냥 꺼내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아이가
"엄마, 그 거 A-마트 가방이잖아. 여기서 꺼내면 좀 이상하지 않나?"
하면서 주위를 슬쩍 둘러봅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가방을 들고 있던 제 손이 더욱 무안했습니다.
"그렇지?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어색하게 웃으며 슬쩍 다시 가방 속으로 넣었습니다.

결국엔 주차장까지 카트를 끌고 와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차 트렁크에 얼른 실었습니다.

한순간 12살 아이만도 못한 엄마가 돼 버렸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는 걸 확인한 듯도 해서 뿌듯하기도 했답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아이가 냅킨으로 접어준 꽃 한송이.
이 엄마는 또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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